[기자의 눈]정성희/격려받는 환경부

  • 입력 2002년 4월 26일 18시 32분


아파트 층간 소음이 시공회사 책임이라는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유권해석이 보도된 이후 환경부 사이버민원실에는 ‘격려와 호소의 글’이 연일 쇄도하고 있다.

“금번 국민을 위한 결정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아파트 층간 소음과 관련한 뉴스를 접하고 이제야 힘이 생깁니다”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격려의 내용들은 감동스럽기조차 하다.

환경부 한 직원은 “오랫동안 일해오면서 다른 부처와 시민단체, 국민으로부터 걸핏하면 욕을 먹었는데 이번에 예상치 못한 칭찬을 받으니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이번 유권해석에 대한 이 같은 국민의 반응은 최근 온갖 ‘게이트’와 고위층의 비리로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행정의 방향이 무엇인가를 시사해 주고 있다.

아파트 주민이 숙명처럼 안고 있는 것이 바로 아래 위층 사이의 소음 문제다. 엄청난 불편을 느끼면서도 이웃과 등돌리기를 각오하지 않고는 항의 한 번 못하고 냉가슴을 앓아야 하는 것이다.

환경부 사이버민원실에는 윗집의 소음을 견디다 못해 ‘조용히 걸어달라’는 뜻으로 실내용 슬리퍼를 선물한 사연, 사내아이들을 둔 탓에 죄인처럼 살아가는 윗집의 하소연이 올라와 있다. 물론 이번 사건은 국민의 삶의 질에 무신경했던 정부와 부실시공을 일삼던 아파트 건설업자의 잘못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실내 소음기준조차 없고 소음 차단에 관한 건축기준규정도 막연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누구나 불편을 느끼면서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숙명적인 것으로 인식되던 생활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분쟁조정위의 유권해석은 큰 의의를 지닌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은 ‘주5일제 근무’나 ‘사회안전망 확대’와 같은 굵직한 과제와도 관련이 있다. 하지만 삶의 질을 보다 본질적으로 높이는 것은 국민의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주고 해결해 주는 작은 행정서비스에서 비롯됨을 이 사건은 보여주고 있다.

정성희기자 사회2부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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