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리인상 점차 가시화…부동산 진정-증시엔 부담

  • 입력 2002년 4월 28일 18시 13분


‘시장은 금리인상에 대비하라.’(4월4일) ‘금리인상 신호를 줬다면 3개월 내 집행해야 한다.’(4월16일) ‘4월 경제지표 확인 후 5월에 올릴 수 있다.’(4월25일)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가 이같이 금리 관련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자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을 기정 사실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시기와 폭이 관심일 뿐이라는 분위기다.

금리인상은 기업 가계 부동산시장 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초미의 관심사. 그러나 인상 시기는 경제 각 부문의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어 쉽게 결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언제 얼마나 올릴까〓유력한 인상 시기는 박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는 5월8일로 꼽힌다. 물론 이보다 하루 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인상 여부가 관건이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미국보다 앞서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미국과 무관하게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

채권시세의 기준지표인 3년만기 국고채 시장수익률은 연초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작년 말보다 0.5%포인트 올랐다. 반면 콜금리는 지난해 9·11테러 직후부터 4.0%를 고수해왔기 때문에 채권수익률과 단순비교하면 당장 0.5%포인트 정도의 인상요인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연구원 정한영 연구위원은 “시장에 줄 충격을 되도록 줄이기 위해 금통위의 콜금리 인상은 상반기 중 0.25%포인트, 하반기에는 0.5%포인트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금리인상의 파급 영향〓콜금리 인상은 양도성정기예금(CD)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다시 이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은행의 여수신 금리를 끌어올린다. 최근 가계여수신 상품의 금리는 대부분 시장연동형이므로 콜금리 인상은 결국 가계대출의 이자부담을 늘어나게 한다. 작년 말 기준 가계대출은 342조원에 달한다.

한은의 최근 조사 결과 가계대출의 56%는 주택 매입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금리인상은 주택에 대한 수요를 줄이게 된다. 건설업체 역시 채산성이 악화되므로 주택 건설을 줄이게 된다.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중도금 무이자대출까지 알선해줬던 수도권 일부지역의 건설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은행권 총 대출의 63%를 차지하는 기업대출 역시 금리인상의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현재 국내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금융권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30%에 달한다. 금리인상은 전반적인 기업실적을 악화시키고 이에 따라 주가 추가상승의 여력도 줄어든다.

한은이 고민하는 것은 이처럼 금리인상이 경기과열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산가격의 급락을 불러와 다시 경기침체로 빠지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정해왕 금융연구원장도 “경제주체들이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심리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한은의 금리 결정에는 조만간 발표되는 3월 산업활동동향이나 4월 수출실적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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