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소리]안상욱/´진도 영등제´ 바닷길 훼손 말자

  • 입력 2002년 4월 28일 20시 23분


바닷길이 갈라지는 ‘진도 영등(靈登)제’를 해마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5월4∼6일, 6월2∼4일 두 차례에 걸쳐 고군면 회동∼의신면 모도를 잇는 2.8㎞의 바닷길에는 전국에서 40여만명이 몰려들었고, 바지락이나 낙지 미역 등을 채취하기 위해 바닷길 곳곳을 마구 파헤쳐서 폭탄맞은 흔적처럼 물 웅덩이 수백개가 생겨나 원형이 크게 훼손됐다고 한다. 결국 진도군에서는 회동리 바닷가에 ‘어패류 채취금지’라는 경고 팻말이 세웠으며, 이제는 바닷길 원형을 보전하는 일이 더 시급하게 되었다.

이런 ‘바다 갈림’ 현상은 ‘해할’ ‘영등살’로 불리며 ‘바닷길’로도 불려왔다. 한국의 섬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는 바닷길은 ‘봄 가을 음력 그믐과 보름 사리 때 조석의 영향으로 바닷물이 빠지면서 주위보다 높은 바닷속 땅이 바다 위로 솟아나 바다를 양쪽으로 갈라놓은 것처럼 보이는 자연현상’인 것이다. 1975년 당시 피에르 당 주한프랑스 대사가 진도의 영등살을‘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프랑스신문에 소개하면서 거꾸로 우리나라에서 ‘모세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른바 역수입된 셈이다.

진도 사람들은‘바람의 신’인 영등할머니가 만드는 것으로 받아들여 삶 속에서 영등축제로 즐기고 있던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 관광업계, 언론계, 국립해양조사원이나 철도청까지도 외래용어까지 사용하며 장삿속에 편승한 결과 이 지역의 자연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제 바닷길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놓자. 조개를 캔다고 곳곳을 파헤치지 말자. 우리의 아들딸들도 이 바닷길을 걸으면서 자연의 신비함을 맛볼 수 있게 하자.

안상욱 aswoo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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