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때 그이야기]제10회 서독대회<상>

제10회 서독월드컵(1974) 결승서 네덜란드를 꺾고 우승한 서독의 베켄바워(中)가 우승컵을 높이 들고 있다.

1974년 서독 월드컵은 이전 대회와 분명한 선을 긋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브라질이 1970년 대회 우승으로 월드컵을 상징하던 줄 리메 컵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우승컵이 만들어졌다. 브라질이 우승컵 제작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를 거절했다. 우승컵의 이름이 ‘피파컵’이 아니라 줄리 메 개인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기때문이다. FIFA는 제작 비용 백만 스위스 프랑을 직접 부담하면서 ‘피파월드컵’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FIFA의 이름을 걸고 월드컵을 치르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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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진행 방법도 복잡하게 바뀌었다. 16개국이 4개 조로 나눠 치르는 1차 리그는 예전과 다름없었지만 1차 리그를 통과한 8개팀이 토너먼트 대신 2개 조로 나눠 리그를 벌이도록 변경되었다. 각 조 1위끼리 결승전을, 2위끼리 3위 결정전을 갖도록 했다. 경기 수를 늘려 주최국 서독에 수입을 올려 주기 위한 조치였지만 4강전이 없어져 대회의 흥미는 반감됐다.

펠레의 시대도 막을 내렸다. 월드컵에 4번 출전하면서 일세를 풍미했던 ‘축구 황제’ 펠레는 더 뛸 수 있는 기량과 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월드컵 출전을 사양했다.

축구 황제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다툰 선수는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와 서독의 베켄바워였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전원수비 전원공격의 ‘토털 사커’를 앞세워 유럽의 신홍 강호로 떠올랐고, 크루이프는 오렌지 군단 공격의 선봉이었다. 베켄바워는 ‘리베로’의 개척자로 명성을 날렸다. 수비때는 최종 수비수 역할을 하는 스위퍼였지만 공세로 전환할 때는 공격까지 가담하는 베켄바워는 서독 전술 운영의 핵이었다.

크루이프와 베켄바워는 FIFA 월드컵의 첫 번째 주인을 놓고 결승에서 맞붙었다. 먼저 기세를 올린 건 크루이프였다. 경기 시작 1분만에 크루이프는 페널티 지역을 드리블하다 회네쓰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었다. 네스켄스가 성공시킨 이 골은 월드컵 결승전 최단 시간 골 기록이다.

네덜란드의 파상 공세에 잔뜩 움츠려 있던 서독은 단 한 번의 역습으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전반 25분 서독의 헬첸바인이 골문으로 달려드는 순간 네덜란드 수비수 얀센의 태클에 넘어졌고 페널티킥을 알리는 주심의 긴 호각소리가 이어졌다. 브라이트너가 성공시켜 1대1.

전반 40분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넘어온 센터링을 골 지역에 있던 ‘폭격기’ 뮐러가 성공시켜 경기는 2대1로 역전됐다. 리베로 베켄바워는 서독의 수비를 조율하며 네덜란드의 공격을 막아내 ‘FIFA 월드컵’에 처음으로 입맞춤하는 주인공이 됐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