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에서 서북쪽으로 70㎞쯤 가면 화이라이(懷來)현이라는 조그만 마을이 나온다. 놀랍게도 마을 주위는 모래뿐이다. 경작지는 물론 마을을 휘감아 흐르던 강에도 물이 사라지고 대신 흙모래가 가득 찼다. 바로 황사가 날아와 쌓여 생긴 톈모(天漠)사막이다. 30년 전 7m밖에 되지 않던 사구(砂丘)는 지금 24m로 높아졌다. 여기서 30㎞ 떨어진 샤오바즈(小覇子) 마을은 전체가 모래에 매몰되고 있는 중이다. 두 곳 모두 사구가 바람을 따라 빠르게 베이징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니 괴기스럽다고 해야할까.
▷황사를 중국인들은 사천바오(沙塵暴)라고 부른다. 우리가 사상 최악의 황사라고 아우성을 쳤던 이달 8일 베이징 황사농도는 서울의 8배나 됐다니 그 표현이 실감난다. 1993년에는 간쑤(甘肅)성에서만 100여명이 황사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중국은 이미 사막이 전 국토의 4분의 1을 넘었다고 한다. 여기에 해마다 제주도보다 넓은 면적이 사막으로 바뀌니 황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베이징 시민에게 물을 제공하던 관팅(官廳)저수지도 흙모래가 전체 용량의 3분의 1을 넘는 바람에 급수원에서 제외됐다. 이대로 방치하면 중국대륙이 거대한 사막으로 변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은 요즘 우리 전문가까지 초빙해 뒤늦게 나무를 심는다고 법석이다. 사막 확산과 황사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TV 환경프로그램에는 톈모사막이 자주 등장한다. 수도 코앞까지 사막이 다가왔으니 공포를 느낄 만도 하다. 사막화는 무분별한 벌채와 방목 등이 초래한 재앙이다. 그렇다면 사막에서 날아오는 황사는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복수’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게다. 하긴 중국의 무신경만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좁디좁은 우리 산하도 개발이다, 뭐다 해서 여기저기 파헤쳐지고 있는 마당이니까.
화이라이현(중국)〓최화경 논설위원 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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