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랑 몰라, 봐사 알쥬.”
같은 한국인에게도 외국어처럼 낯선게 제주도 사투리. ‘육지말’로 풀어 쓰자면 ‘말로 해선 모르고 봐야 안다’, 즉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뜻. 제주도는 이 말에 딱 들어맞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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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전 2경기가 열리는 제주도 서귀포시 일대는 중문 관광 단지를 중심으로 가까운 거리에 볼거리가 모여 있는 곳이다.
“오젠 허난 속앗수다. 하영 방갑써.(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많이 구경하고 가세요).”
자 이제부터 축구를 즐기듯 서귀포 일대를 돌아보자. 축구에서 공격을 풀어나가는 것은 미드필더. 월드컵 제주 지역 본부가 설치되는 신라호텔을 비롯해 숙박 업체가 모여있는 중문 단지는 ‘서귀포 관광 월드컵’의 미드필더격이다. 관광을 총 지휘하는 ‘감독’은 제주도 토박이인 김흥태 신라호텔 판촉지배인(32).
김지배인은 우선 중문 단지에 있는 ‘테디 베어 뮤지엄’에 들러 가볍게 몸부터 풀 것을 주문했다. 2억원이 넘는 세계 최고가의 ‘루이뷔통 테디 베어’에서부터 지름 4.5㎜의 초소형 인형까지 1200여점의 크고 작은 곰 인형이 어린이들을 맞는다.
몸이 덜 풀렸다면 역시 단지 안에 있는 천제연 폭포, 여미지 식물원, 지삿개 해안 등을 들러본다. 지삿개는 육각 모양의 돌기둥이 겹겹이 쌓인 주상절리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어우러져 원시의 바다를 보여주는 곳.
몸을 풀었으니 이제 본 경기에 돌입. 우선 ‘짧은 패스’로 왼쪽을 공략해보기로 한다.
중문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소인국 테마파크’와 여기서 또 15분 가량 걸리는 ‘분재 예술원’으로 이어지는 전술. 100여점의 미니어처로 장식된 ‘소인국 테마파크’에선 자금성, 경복궁, 파르테논 신전, 피라미드 등 세계 명소를 한 눈에 내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000여점의 분재가 전시된 ‘분재 예술원’은 중국 장쩌민 주석, 일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총리 등 유력 인사들이 다녀간 곳. 중국 관광객이 특히 많이 찾는 곳 답게 영어 일어 뿐 아니라 중국어로도 설명을 붙여뒀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산방굴사와 용머리 해안이 있는 서쪽 해안으로 차를 몰아본다. 산방산 줄기에서 바다쪽으로 길게 이어진 기암절벽이 탄성을 자아낸다.
축구에선 미드필더에서 한 번에 길게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도 필요하다. 제한된 일정 안에서 성산 일출봉을 보려면 필요한 전술이다. 중문에서 동쪽으로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1시간 30분 가량 내처 달리면 일출봉에 이른다. 182m 높이의 정상에 올라 대양을 바라보며 응원 구호를 힘차게 외쳐보는건 어떨까.
일출봉으로 이어지는 동쪽 ‘공격 라인’에도 민속촌, 신영 영화박물관, 천지연 폭포, 정방 폭포 등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가 곳곳에 있다. 한 번에 길게 갈 것인가, 짧게 짧게 끊어서 갈 것인가는 전술을 구사하기 나름.
‘서귀포 관광 월드컵’의 최종 목적지는?
당연히 월드컵 경기장이다. 제주 전통 뗏목배의 이미지를 담은 경기장은 멀리서 보면 ‘우아하고’ 안을 들여다보면 ‘아기자기’하다. 가족과 함께 이 곳을 찾은 스웨덴인 젤 코시리우스씨(육군 소장·판문점 중립국 감독위원회 스웨덴 대표)는 “뷰티풀”을 연발했다.
여행 도중에 흑돼지 구이, 성게 미역국, 옥돔 구이 등 토속 음식을 맛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 짧은 관광을 마치고 떠나자면 “다음번엔 제대로 봐야지”라는 아쉬움이 남는 곳, 보고 또 봐도 볼 것이 있는 곳이 제주도다.
“구경허젠허난 속앗수다. 또시 옵서예.(구경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다시 오세요)”
서귀포〓금동근기자 gold@donga.com
경기일정표 | ||||
날짜 | 참가국 | 비고 | FIFA 랭킹 | A매치 상대전적 |
6월8일(토) 20:30 | 브라질:중국 | C조예선 | 3위:52위 | 없음 |
6월12일(수) 20:30 | 슬로베니아:파라과이 | B조예선 | 28위:15위 | 없음 |
6월15일(토) 15:30 | B조 2위:E조 1위 | 16강전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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