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權魯甲씨 소환에 쏠리는 눈

  • 입력 2002년 4월 30일 18시 09분


검찰이 민주당의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을 오늘 소환하는 배경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검찰은 권씨가 진승현(陳承鉉) MCI코리아 부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어 소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권씨가 여권 실세 중의 실세였다는 점, 정국이 미묘하게 돌아가는 시점에 갑자기 이뤄진 소환이라는 점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정가에 나돌고 있는 권씨 소환에 대한 ‘풀이’는 다양하다. 우선 현 정권의 전반적인 비리를 권씨의 개인 비리로 축소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권씨를 희생양으로 삼되 비리의혹의 규모를 5000만원으로 한정하고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현 정권의 부정 부패라는 뇌관을 사전에 제거해 대선 정국의 짐을 덜어 보겠다는 의도라고도 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여론을 분산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권씨 소환을 계기로 비리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를 시작해 정계개편으로 몰고 가려는 계획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권씨 소환을 둘러싼 이 같은 ‘풀이’에 대해 아직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여권이 어떤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시기가 이른 것 같다. 정국이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씨와 관련된 비리의혹은 이번 소환의 배경이 어떤 것이든 철저히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권씨는 그동안 현 정권의 이른바 3대 게이트 사건에 항상 핵심 배후 인물로 떠올랐다. 그런데도 ‘동교동계의 좌장’이라는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 때문인지 그와 관련된 수사는 언제나 겉돌기만 했다.

검찰이 또 보이지 않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권씨 문제를 처리하고 진실을 덮는다면 현 정권의 부정과 비리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놓치게 된다. 우리는 권씨의 소환에 대한 갖가지 ‘풀이’를 염두에 두면서 검찰 수사를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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