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에 나돌고 있는 권씨 소환에 대한 ‘풀이’는 다양하다. 우선 현 정권의 전반적인 비리를 권씨의 개인 비리로 축소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권씨를 희생양으로 삼되 비리의혹의 규모를 5000만원으로 한정하고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현 정권의 부정 부패라는 뇌관을 사전에 제거해 대선 정국의 짐을 덜어 보겠다는 의도라고도 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여론을 분산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권씨 소환을 계기로 비리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를 시작해 정계개편으로 몰고 가려는 계획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권씨 소환을 둘러싼 이 같은 ‘풀이’에 대해 아직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여권이 어떤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시기가 이른 것 같다. 정국이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씨와 관련된 비리의혹은 이번 소환의 배경이 어떤 것이든 철저히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권씨는 그동안 현 정권의 이른바 3대 게이트 사건에 항상 핵심 배후 인물로 떠올랐다. 그런데도 ‘동교동계의 좌장’이라는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 때문인지 그와 관련된 수사는 언제나 겉돌기만 했다.
검찰이 또 보이지 않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권씨 문제를 처리하고 진실을 덮는다면 현 정권의 부정과 비리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놓치게 된다. 우리는 권씨의 소환에 대한 갖가지 ‘풀이’를 염두에 두면서 검찰 수사를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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