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며 국보 제24호인 석굴암의 모형관 건립문제로 요즘 시끌벅적하다. 반대측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신라를 대표할 만한 유물인 석굴암을 보다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는 모형관 건립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첫째, 현재 석굴암의 보존상태나 앞으로의 보존문제가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이미 1976년에 석굴암 본존불 앞에 유리벽으로 보호막을 설치할 정도로 우리는 지나치게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싶어한다. 많은 관람객들이 근처에까지 가서 보고 만지게 되면 훼손될 것은 뻔한 일이다. 둘째, 석굴암은 누가 뭐래도 원래의 모습으로 보존되어야 한다. 석굴암은 8세기 통일신라시대의 융성했던 문화의 결정체가 아닌가. 셋째, 외국에서도 훼손의 위험이 있는 문화유산은 공개하지 않고 모조품을 원형과 같이 만들어 관람토록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관람객들이 드나듦으로써 훼손과 손상의 우려가 뻔한 데도 직접 보게 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훌륭한 기술공법으로 모형관을 본체와 조금도 다르지 않도록 최대한 정성을 들인다면 원형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최남이 경남 창녕군 영산면
▼토함산 아닌 제3의 장소에 모형관 건립을▼
문화재 훼손이 심각하다. 관리에 의한 문제도 있지만 결국은 사람에 의한 문제다. 모형관이라도 만들어 문화재를 보호하자는 취지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석굴암 같은 세계문화유산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여기에도 분명 투철한 문화정신이 담겨 있어야 한다. 석굴암 100여m 인근에 모형관을 짓겠다는 발상은 그래서 경솔하다.
석불을 새긴 조상들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올곧게 지켜오지 못한 것도 부끄러운데 흉흉한 시멘트 건물에 가짜 부처를 세워 무슨 조상의 얼을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원래의 석굴암을 볼 수 없는데 굳이 공들여 그 먼 토함산 중턱까지 올라갈 이유가 없어진다.
토함산이 본래 간직한 예스러움은 그대로 놔두는 게 좋겠다. 굳이 건립한다면 일반 박물관처럼 사람의 통행이 쉬운 제3의 장소가 나을 것이다. 한편으론, 지리산 노고단 자연생태계에 대한 제한 출입 허용처럼 석굴암도 훼손과 보존의 정도를 봐가며 관람 제한제나 예약제를 시행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용호 경남 사천시 선구동
▼훼손 막기 위해 요금 올려 관람객 제한해야▼
석굴암 모형 건립의 목적은 수많은 관람객들로 인한 석굴암의 훼손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는 관람객에게 보여져 그 문화적 향기를 맛보게 하는데 근본 가치가 있는 것이다. 훼손을 이유로 모형을 만들어 보여준다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다.
석굴암을 보존하는 것이 시급하다면 관람료를 대폭 인상해 한편으로는 꼭 보고 싶어하는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인상된 입장료 수입과 금번의 석굴암 모형 건립예산 등으로 석굴암 보존을 위해 필요한 수선 유지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대폭 인상된 관람료 때문에 입장객 수가 상당히 축소될 것이므로 훼손의 정도를 충분히 조절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석굴암 모형 건립이라는 발상은 아직도 우리 정부의 정책 결정이 수요자 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관 주도 공급자 위주의 정책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신구식 서울 용산구 도원동 삼성아파트
▼모형관 지으려면 경주 도심 인근에 짓자▼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석굴암을 보존과 아울러 직접 만져보도록 하기 위해 모형을 만들려 하고 있다. 선정된 장소는 기존 위치에서 100m 남짓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모형 구조물은 상당한 규모로 지어질 것이 분명하기에 장소로 적합하지 못한 것 같다. 오래 전 신라인들이 석굴암을 축조할 때는 마구잡이 식으로 지은 게 아니다. 많은 문제들이 고려되었고 불교적인 요소 또한 참작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불국사 석굴암 등이 들어설 구조물들과 자연적인 배경도 생각해서 적재적소 배치에다 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천년이 지난 뒤 선조들이 예지와 창조성으로 빚어놓은 석굴암과 같은 터에 모형관을 짓는다는 것은 선조들의 판단력을 비하하는 위험한 발상이라 생각한다. 정녕 모형이 필요하다면 경주 도심 가까운 곳에다 지어 관광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다면 선조들의 지혜도 살리고 관광객들도 편하게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진선 교사·서울 관악구 봉천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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