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영균/월드컵 효과

  • 입력 2002년 4월 30일 18시 40분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이 입는 옷이나 모자에는 예외없이 유명 기업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유명 선수들이 그 대가로 받는 돈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거액이다. 나이키가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와 5년간 1200억원을 주기로 하고 맺은 광고계약이 이 분야의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계약 선수들이 우승을 하거나 기록을 깨뜨려 인기를 끌면 그야말로 대박이 터진다. 여자골프스타 박세리와 테니스의 이형택 등을 잡은 삼성은 이들 덕분에 약 1000억원 이상의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있다. 이게 바로 스포츠마케팅의 매력이다.

▷스포츠 스타들이 기업에 대박을 안겨준다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적인 스포츠행사는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을 준다. 이번 월드컵도 일찌감치 대박이 기대됐었다. “생산유발효과 8조원, 고용창출효과 25만명, 관광수입 4억달러 이상.” 작년 이맘때 정부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이 추산한 월드컵의 경제효과가 너무 낙관적인가. 국내총생산이 약 475조원이므로 어림으로 약 1.7%포인트 정도 성장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실업률도 그만큼 낮아질 것이니 경제에는 대단한 효자인 셈이다.

▷이런 효과가 공짜로 얻어질 리 없다. 1월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영국 임페리얼대학의 스테판 시맨스키 교수처럼 “월드컵이 큰 잔치이지만 잘못하면 값만 비싼 애물단지(White Elephant)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사람도 있다. 연인원으로 600억명의 시청자에게 ‘코리아’를 알리는 효과가 있지만 경기장 건설 비용 등 경제적인 효과만 따진다면 손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사고 없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월드컵 1승과 16강 진출이라는 한국 축구의 염원도 있다. 그러나 경기의 뒷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월드컵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성공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다. 한국의 문화와 이미지가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전세계인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절호의 기회다. ‘코리아’ 하면 생각나는 좋은 이미지나 국가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일이 제대로 되는 것 같지 않다. 국정홍보처나 문화관광부는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업이 유명 스포츠 스타를 모시듯이 정부도 안방에서 벌어지는 ‘지구촌 축제’를 국가홍보에 적극 활용했으면 싶다. 비리사건 처리에다 선거까지 치러야하는 정부에 너무 기대가 큰 걸까.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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