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라가 대패한 데는 대표팀에 대한 독재자의 횡포와 이에 불만을 품은 선수들의 ‘태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유고 출신의 명장 비디치 감독이 이끄는 자이르는 1차전에서 전통의 명문 스코틀랜드에 선전 끝에 0-2로 패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와 실력이 비슷한 유고와의 경기에서는 0-9라는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1차전이 끝난 후 비디치 감독이 전격 해임된 게 원인이었다. 당시 자이르의 군사독재자 모부투 장군은 서독에 있는 자이르 팀에 긴급 전보를 보냈다.
“유고와의 경기에 유고 출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길 수 없다. 대신 체육부 장관이 감독을 대신하라.”
독재자의 한 마디에 축구 문외한인 체육부 장관이 감독을 맡자 선수들은 반기를 들었다. 스코틀랜드와의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던 선수들은 유고전에서는 뛰려 하지 않았다. 전반 17분까지 세 골을 잃자 장관은 골키퍼를 교체했다. 골키퍼가 교체되자 마자 또 한골을 잃었다. 자이르는 전반에 6골, 후반에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경기가 끝난 후 모부투 장군은 다시 서독으로 긴급 전보를 보냈다. “체육부 장관의 해임을 명한다.”
아이티는 70년 대회 3위팀 이탈리아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후반 1분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파란을 예고했다. 선제골 소식에 아이티의 독재자 뒤발리에는 상금 30만 달러를 선수단에 주겠다고 전문을 쳐 왔다. 그러나 6분 뒤 이탈리아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뒤발리에의 상금은 20만 달러로 떨어졌다. 1-2로 역전되자 상금은 10만 달러로 낮아졌고, 경기가 3-1로 끝나자 뒤발리에는 상금을 ‘없었던 일’로 했다. 선수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다음 경기인 폴란드전에서 선수들은 태업으로 불만을 표출시켰다. 전반전에만 5골을 내주며 0-7로 무너졌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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