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초 정부가 LG반도체와 현대전자를 이른바 빅딜에 의해 강제 합병한 것이 오늘날 이 같은 사태를 일으킨 화근이었다. 그때 민주당과 정부가 합병에 반대하던 LG에 공개적으로 금융제재를 협박해 이룩한 빅딜의 결과는 이제 당정이 책임질 역사적 실책으로 등장했다.
무슨 까닭인지 정부는 그 후 대우그룹을 해체할 만큼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하이닉스반도체로 이름이 바뀐 이 회사에 대해서만은 끝없이 금융지원을 해왔다. 작년에만 해도 채무조정을 통해 5조원 이상을 지원해 국민부담이 그만큼 커지게 됐는데 그때마다 명분은 이 회사가 망할 경우 전체 금융권이 몰락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지금은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입장에 서게 됐다.
특히 하이닉스 이사회가 하루 전 이미 모임을 갖고 동의안을 부결키로 사전 의견을 모았는데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위원회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사회 결과를 낙관만 하고 있었던 것도 정부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채권은행단을 압박해 헐값매각 시비를 부를 만큼 하이닉스에 불리한 조건을 수용토록 했던 것도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채권금융기관이 발을 뺄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동의안을 부결시킨 이사회도 회사를 독자 생존시키지 못할 경우 직접적 책임 당사자가 될 것이다. 아울러 같은 입장에 있는 주주들과 회사 임직원 그리고 매각에 반대해 온 노조 역시 이번 선택의 결과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부와 채권금융단은 하루 빨리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더 이상 국민의 부담을 전제로 한 하이닉스 지원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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