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날 하이닉스 주식 거래량은 증권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56.5%나 됐다. 이날 거래된 5억6023만주는 하이닉스 총 발행주식 수의 절반을 넘는다. 이틀이면 주주가 몽땅 바뀔 수 있는 규모의 손바뀜이다. 주가도 춤을 췄다. 하루 동안 주가는 하한가와 상한가를 오락가락했다. 15분 새 35.3%나 오르내리기도 했다.
30일 거래소에서 주식을 사고 판 투자자의 절반 이상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회사를 놓고 ‘폭탄 돌리기’를 한 것이다.
이날 거래 모습은 우리 증시 참가자의 상당수가 ‘건전한 투자자’ 자격이 아니라 ‘도박하는 마음’으로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오직 대박과 한탕만을 노리는 광기 어린 투자 행태였다.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슬프다”며 “이쯤 되면 이들을 ‘주주’라고 부르기조차 난감하다”고 말했다.
올 들어 ‘한국 증시는 새 판을 짰다’는 말이 많이 나돌았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체질을 바꾼 기업의 수익성이 동력이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혁명이라는 말도 유행했다.
많은 개미투자자도 기업에 대해 믿음을 보여주며 장기투자, 가치투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기업은 자사주 소각과 배당 등으로 화답했다. 주주중시 경영이다.
그러나 30일 하이닉스주 거래양상을 보면 변화를 믿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기업의 미래는 임직원 주주 채권단이 함께 결정한다. 여기에 주주라는 중요한 축이 빠지면 어떻게 될까.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시장 참가자의 수준이 정상화되지 않고는 시장의 정상화는 요원하다”며 “이제 투자자 교육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국의 선물시장은 실물시장 대비 세계 최대 규모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 투자자들이 첨단투자기법에 익숙한 선진적 수준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선물 등 파생상품이 가지고 있는 투기성 때문에 생긴 일인가?
이은우기자 경제부 libr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