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과 서울 등지에 숱하게 걸려 있는 월드컵 참가국들의 깃발을 보고 비로소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다는 것을 실감했다.”(이지마군)
“떠나기 전에는 일주일은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보고 배울 것이 많아 일주일도 짧았다.”(세키양)
두 사람은 정선아리랑을 배우며 ‘한국적인 그 무엇’을 느꼈고, 하회마을에서는 가면극을 보며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지마군은 “한국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졌다”고, 세키양은 “TV에서 한국 관련 보도가 나오면 한번 더 눈길을 주게 됐다”며 수학여행 이후의 변화를 소개했다.
두 사람은 모두 “다음 번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한국을 여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치 김 꽃병 찻잔 등을 선물로 사왔다.
호소다 고교는 학생들의 의사를 물어 수학여행지를 정하지 않는다. 25년 전부터 한국으로 정해져 있다. 호소다 사나에(細田早苗·80) 교장의 방침 때문이다. 그는 일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78년부터 한국 수학여행을 시작했다. 올해 421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이 학교 학생 9041명이 한국을 다녀왔다. 정선아리랑을 사랑해 여행 코스에 항상 정선군을 넣고 있는 그는 99년 명예 정선군민이 됐고 올해는 한국방문의 해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간 일본 중고교는 98년 264개교 4만1790명, 99년 255개교 4만2803명으로 한국이 수학여행 대상 국가 1위를 차지했다. 2000년에는 267개 중고교 4만2475명이 한국을 다녀왔으나 473명 차이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월드컵 공동 개최의 효과를 잘 활용하면 한국의 인기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수학여행지로서의 한국의 매력은 일본 고대 문화의 뿌리를 엿볼 수 있고, 분단국가의 긴장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 치안과 숙박시설, 위생 수준도 강점. 가깝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다. 한국 수학여행의 비용은 평균 9만8000엔으로 일본 국내 여행 가격과 비슷하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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