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은 우리 스스로가 선택한 지도자들 중의 한 사람으로서 분명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는 마치 “네 오성을 사용하라”라고 외쳤던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칸트를 연상시킨다. 성숙되지 못함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계몽된 판단력은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인간 내면의 문제이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성생활을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히딩크 감독의 생각은 우리 정서의 미성숙을 지적하고 동시에 성숙한 상황 대처 능력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집단이데올로기에 의해 단련돼 있는 우리 한국인의 정서와 의식세계는 부끄럽게도 히딩크라는 한 외국인에 의해 그 단점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인의 정서는 금욕주의에 높은 점수를 줘 왔다. 이제 사고의 틀을 형성하고 있는 족쇄를 끊고 자유로운 들판에서 성숙한 개인의지를 바탕으로 삶을 누릴 시기가 온 것이다.
이동용 건국대 독문과 강사·서울 강북구 수유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