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과 가신중심의 인사, 고집불통, 우유부단, 거짓말쟁이…. 우리나 미국이나 실패한 대통령은 비슷하다. 저자는 15년간의 기자생활과 연방 상원의원 보좌관을 지냈으며 퓰리처상 후보에 다섯 번이나 지명된 바 있는 대통령 전문 전기 작가다. ‘미국 최악의 대통령 10인’은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것 같다. 저자가 최악의 대통령으로 뽑은 10명과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지미 카터(1977∼1981)〓퇴임 후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 주는 국제 해비타트 운동으로 찬사를 받고 있지만 재임 중에는 일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인권, 환경, 핵무기 감축, 평화와 정의의 추구 같은 것들을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메시지는 뚜렷하지 않았다. 측근들은 서투른 초보자들이었다. 이들이 나중에 부정 사건에 연루됐을 때 카터는 그들을 끝까지 밀어 줘 자신의 선(善)함을 보여 주긴 했지만 그것이 결코 성공한 대통령을 보장해 주는 요소가 될 수는 없었다.
▽윌리엄 태프트(1909∼1913)〓진보의 물결이 넘실대던 시대에 보수주의에 집착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은 전임 대통령 루즈벨트였지만 태프트는 취임하자마자 루즈벨트 개혁 프로그램들을 중지시키거나 제쳐 두었다. 매사를 우물쭈물로 일관한 무능한 대통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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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해리슨(1889∼1893)〓공화당 보스들과 기업인들 얼굴 마담으로 만족했고 사람도 제대로 쓰지 않았다. 사회성마저 부족해 따뜻함이나 서민 감각 같은 것이 없었다. 형식에만 치우치고 특색도 재미도 없는 사람이었다.
▽캘빈 쿨리지(1923∼1929)〓투기를 막지 못한 그의 실정(失政)은 대공황의 중요 원인이 되었다. 그는 구두쇠였다. 제일 싼 담배를 피우면서 손님들에게는 그보다 더 싼 담배를 권했고 거스름돈 5센트를 돌려주지 않는 보좌관을 혼냈다. 시골의 은행원이 되었어야 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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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뷰캐넌(1857∼1861)〓무능하고 서툰 판단으로 미국을 남북전쟁으로 내몰았다. 특히 남부의 승리를 위해 판사들을 회유함으로써 대법원의 공명 정대성에 대한 미국인의 믿음을 파괴했다. 재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레임덕을 자처, 당면한 위기를 헤쳐 나갈 힘을 얻지 못했다.
▽워렌 하딩(1921∼1923)〓게으르고 의지 박약에 문란한 사생활로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했다. 장관직을 비롯해 국가의 중요한 자리를 고향 오하이오 친구들과 친인척들에게 나눠 분배했고 이로써 그의 행정부는 그들의 사리사욕으로 가득찬 가장 추잡한 스캔들 행정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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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그랜트(1869∼1877)〓대통령직을 영달과 보상의 영역으로 다룬 사람이다. 자신의 군시절 동료들, 고향 친구, 선거때 자금을 동원한 사람, 친인척들을 불러 들여 보좌관이나 정부 공직에 들어 앉혔다. 미국 역사상 휴가를 가장 많이 간 대통령이기도 했다. 주어진 현실을 즐기기만 했을 뿐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
▽앤드류 존슨(1865∼1869)〓독단과 아집으로 상생(相生)의 정치를 무시했다. 완고하고 음울한 성격으로 의심이 많고, 남의 비판과 비평은 받아 들이지 않았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가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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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피어스(1853∼1857)〓잘 생긴 외모 하나만 빼면 한 가지도 볼 게 없다. 집안 문제를 일에까지 연장시켰다. 죽은 아들에 대한 슬픔을 백악관으로 가져 온 그는 역사상 가장 우울한 백악관 생활을 연출했다. 퍼스트 레이디는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부분 시간을 침대에서 보냈다.
▽리처드 닉슨(1969∼1974)〓음모와 오만과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고, 헌법을 위반하고도 뉘우침이 없었던 몰염치하고 뻔뻔한 대통령이었다. 비록 다른 최악의 대통령들에 비해 능력이나 지적인 면에서 훨씬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의 안전 보장을 위한 기구와 조직을 자신의 사악한 행위와 부도덕, 그리고 실수를 감추기 위해 사적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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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빌 클린턴(1993∼2000)〓가까운 미래에 10명안에 들어 갈 가장 유력한 인물이다. 경제와 외교에 성공했지만 3류 스캔들과 위증으로 얼룩져 그에 대한 평가는 하향조정될 것임이 분명하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