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박성희/홍걸씨 LA 현지생활 취재 돋보여…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23분


폭로와 주장, 그에 대한 발뺌과 부정으로 얼룩진 2주간이었다. 무성한 소문과 증거 없는 심증들로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사람들은 참된 저널리즘에 목말라 한다.

의혹의 숲에서 사실을 규명하고 진실의 샘을 찾아주는 것이 언론의 정도일 것이다.

신문과 방송을 통틀어 한국 언론의 기사 쓰기 관습은 불행하게도 신뢰도 구축이나 치열한 사실 확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허술한 구조를 갖고 있다. 중립성을 잃은 어휘의 사용, 언론사마다 제각각인 익명 보도, 인용구의 원칙 없는 사용, 기자의 추측과 객관적 분석을 혼동하는 점 등이 그것이다.

기사의 신뢰도를 가장 높이는 것은 기자들 스스로 직접 보고 들은 1차 정보다.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들은 2차 정보일 경우에는 신뢰도 높은 취재원을 택하고, 되도록 그 취재원의 이름을 밝혀 독자의 신뢰를 사야 한다. 한 다리 건너 전해들은 3차 정보는 가급적 보도를 자제하는 편이 좋다.

김홍걸씨 비리 및 이권개입 의혹 보도의 경우, 로스앤젤레스 교민사회 내 소문(4월 20일 A3면)이나 최규선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전문증거’(20일 A1면) 같은 신뢰성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용할 때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부득이하게 ‘설’을 보도할 때는, 적어도 그 ‘설’을 전하는 취재원을 분명히 밝혀 신뢰도를 만회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홍걸씨의 미국생활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일부를 로스앤젤레스 현지 취재를 통해 밝혀낸 기사들(24일자 A1, 3면, 25일자 A1면, 기자의 눈, 26일자 A5면, 27일자 A7면)은 근성과 끈기의 합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들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 태평양연구소 프랭크 기브니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홍걸씨가 미국 대학에 근무하지 않는다고 보도한 후 청와대가 반박하자, 다시 기브니 소장을 만나 재확인한 것은 사실을 확실히 규명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가능성이나 개연성을 점치기 이전에 언론은 증거 찾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에서 형제가 여러 차례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4월26일 A5면), “로비의 대가로 금품이 건네졌을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가 된다”(5월1일 A3면)라는 ‘심증’에는 반드시 사실 확인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로스앤젤레스 홍걸씨 집 주변 분위기를 묘사한 기사(20일 A4면) 중 “홍걸씨의 부인인 듯했다”는 구절도 추측에 머무르고 있다.

언어의 사용 역시 중립을 견지해야 한다. 최규선씨의 처세술을 가리킨 “양다리 걸치기” “부나비 행태”(4월 21일 A4면) 등 감정이 묻어 있는 표현은 불필요한 선입견을 조장한다. 이런 표현은 최씨의 혐의나 죄가의 여부와 관계없이 자제하는 편이 좋다.

의혹이 많은 사회의 언론일수록 의혹을 밝혀내는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한국 언론이 더욱 취재력을 배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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