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65개 언어로 그린 무의식 세계 '피네간의 경야'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48분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는 1930년대말 극작가 사무엘 베켓에게 “나는언어를 가지고 내가 원하는 일은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조이스가 17년에 걸쳐 집필한 ‘피네간의 경야(經夜)’(Finnegans Wake)는 언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은 최대의 노작(勞作)이자 난해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경야’는 밤을 지샌다는 뜻. 이 작품이 프랑스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완역됐다.

‘피네간의 경야’는 저녁에 시작해 새벽에 끝나는 더블린의 한 밤의 이야기로, 더블린 외곽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어위커(Earwicker)의 잠재의식 또는 꿈의 무의식을 그린 작품이다. 역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이 작품의 명확한 개요나 줄거리를 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의 난해함은 조이스가 구사하는 언어적 복잡성과 다차원적인 서술전략에 기인한다.

조이스는 ‘피네간의 경야’에서 영어를 기본으로 하면서, 동시에 65개의 언어를 사용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이들조차 해설없이 읽기 어려운 이유는 작품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문장이 말장난, 어형변화, 신조어 등으로 사전에서 조차 찾을 수 없는 단어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조이스의 전기 ‘제임스 조이스-언어의 연금술사’(책세상)를 쓴 리처드 앨먼은 “조이스 이전까지의 문학이 사물을 통해 언어에 이르렀다면 조이스는 언어를 통해 사물에 닿는다”고 말했다. 특히 ‘피네간의 경야’는 가능한 모든 문체, 기법과 단어를 사용해 문학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1988년부터 13년 동안 번역 작업에 매달렸던 김종건 전 고려대 영문과 교수는 “이 작품의 ‘번역 사업’을 위해서는 우선 용기가 필요했다”며 “과연 인내로 천재를 대신할 수 있는가를 시험이나 하듯 작업에 임해 왔다”고 번역을 마친 뒤의 소회(所懷)를 밝혔다.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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