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롯데 용병따라 울고… 웃고…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48분


올해 롯데 만큼이나 외국인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울고 웃는 팀은 드물다.

거물타자 펠릭스 호세(38)와의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그가 미국프로야구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이중계약을 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속마음과는 달리 울며 겨자먹기로 일벌백계를 내렸던 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2탄은 제로니모 베로아(37)의 영입과 조기퇴출. 메이저리그 101홈런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베로아는 삼성에서 뛰었던 메이저리그 타격왕 출신 훌리오 프랑코와 견줘 하나도 꿇릴 게 없는 슈퍼스타. 그러나 베로아는 11경기에서 1할(0.97)을 채우지 못한 채 한달을 넘기지 못하고 보따리를 쌌다.

‘현재 진행형’인 3탄과 4탄은 더욱 가관이다.

투수 대니엘 매기(35)는 박정태 타격폼을 뺨칠 정도의 특이한 투구폼이 불행의 씨앗이 됐다. 마운드에 서면 투수판을 밟은 상태에서 포수쪽을 향해 정면으로 서는 것부터가 눈길을 끄는 그는 와인드업 직전에 지루박을 밟듯이 오른발과 왼발로 투구판을 번갈아 밟은 뒤 공을 던진다.

이는 주자가 있을 경우 100% 보크가 선언되는 투구폼. 때문에 매기는 150㎞에 이르는 붙같은 왼손 강속구가 주자만 나가면 주눅이 들곤 했다. 5경기에 선발등판해 27과 3분의2이닝동안 무려 36개의 삼진을 잡았지만 평균자책은 4.88에 불과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2일 사직 한화전에서도 7회까지 1안타 비자책(1실점)에 삼진 10개를 잡았지만 8회 1사후 연속 4안타를 맞고 무너진 것도 주자가 있을 때 구위가 변하기 때문.

호세 대신 입단한 외야수 크리스 해처(33)는 올해 롯데 용병의 ‘결정판’이다. 98년 캔자스시티 산하 트리플A에서 46홈런을 때렸다는 그는 아예 공을 맞히지를 못하는 타자. 1일까지 41타수 3안타(0.073)로 사상 가장 타율이 낮은 용병이다. 그러나 해처는 2일 한화전에서 프로 21년동안 34번밖에 나오지 않은 9회말 대타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하루에도 몇번씩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외국인선수의 아슬아슬한 공중 곡예에 우용득감독의 주름살은 깊어만 가고 있다.

부산〓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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