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빈민촌에서 결식아동을 돌봐온 ‘빈민 대모’ 강명순(姜命順·50·㈔부스러기 사랑나눔회 대표) 목사는 요즘 방치되고 학대받는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부모의 이혼 등으로 가정이 해체돼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혼한 아버지가 일을 나간 사이 등교하지 않고 밥도 굶은 채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을 가르치고, 상실감을 치유하고 자아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5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에 ‘옹달샘’이라는 이름의 지역아동센터가 문을 연다.
강 대표에게 올해 어린이날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빈민지역 어린이들이 1991년부터 매년 글쓰기 대회 때 쓴 수기 등을 한데 묶은 글 모음집인 ‘가슴깊이 묻어놓았던 보물상자 하나’가 최근 출간됐기 때문.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올해는 3일과 4일 전라도 지역 11개 공부방 어린이 188명 등 전국의 빈곤 가정 어린이 800여명을 서울로 초청해 놀이동산 구경 및 글쓰기 그림그리기 행사를 가졌다.
이화여대 시청각교육학과 재학 시절 기독교 학생단체인 ‘학생사회개발단’ 활동을 하며 빈민지역을 접한 강 대표는 74년 졸업과 동시에 서울 동작구 사당동 판자촌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며 불우아동 돕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인천 부평구 산곡동, 경기 고양시 능곡 등 산동네를 거쳐 경기 안산시 원곡동까지 불우 아동을 찾아다니며 어린이집과 공부방 등을 운영하며 봉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최근 불우아동 가운데는 부모와 주민으로부터 매를 맞거나 성적 학대를 당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복합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 강 대표의 말이다. 강 대표는 이 때문에 지난해 성학대 피해 여자아이를 위한 ‘로뎀나무집’을 서울에 마련, 지난 한해 동안 12명의 피해자를 치료했다.
가정이나 주민으로부터 자주 매를 맞으며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한 ‘민들레 쉼터’도 강 대표의 제안으로 서울과 경기 안산시에 설립됐다. 지난해 13명의 피해자가 이곳에서 정신과 치료 등을 받았으며 이 중 7명이 가정으로 복귀했다.
“모두 돈을 많이 벌고, 모두 다 1등을 할 수는 없잖아요? 가족이란 울타리를 넘어 불우한 이웃의 아이를 감싸주는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빠듯한 재정 문제로 고민하는 강 대표는 1986년 설립한 후원단체 ‘부스러기 사랑나눔회’를 도와줄 월 1만원 기탁 회원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후원문의: ㈔부스러기 사랑나눔회(02-365-1265), 인터넷 홈페이지(www.busrugy.or.kr)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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