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목적은 누가 뭐래도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다. 고등동물일수록 자식 사랑은 본능적이다. 고상하게 삶의 의미를 논하고 이 본능을 마다한 동물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이미 멸종했을 것이다.
물론 새끼를 돌보지 않는 생물도 있다. 굴은 수백 만개의 알과 수십억개의 정자를 바다에 방출한다. 대부분 잡혀 먹히고 일부만 살아 남아 굴로 성장한다. 반면 새끼를 적게 낳는 새와 포유류는 자녀 양육에 많은 시간과 칼로리를 투자한다. 특히 포유류는 몸 속에서 고단백 영양식을 만들고 이를 빨대로 쭉쭉 빨아먹게 하는 유방과 젖꼭지를 진화시켜왔다.
포유류 중에서도 사람은 자식에 대한 투자가 유난하다. 보통 동물은 낳자마자 걷지만, 사람은 1년이 지나야 겨우 걷는다. 이유는 어른의 뇌 용적이 사람은 영장류에 비해 평균 4배나 크기 때문이다. 출산 때 모체의 골반이 넓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누구나 ‘생물학적 미숙아’로 태어난다. 이런 미숙아를 애지중지 살리면서 적응된 심리적 메커니즘이 곧 자식 사랑이다.
곤충, 인간, 포유류 등 체내 수정동물은 아버지보다 엄마 사랑이 더 강하다. 체내 수정의 경우 아버지는 진짜 자기 자식인지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아버지 확인 유전자 검사 7건 중 1건이 진짜 아버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반면 물고기와 양서류 같은 체외 수정 동물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자식을 더 많이 돌보는 종이 70%를 차지한다. 수컷은 알에 정자를 뿜칠하면서 자신의 자식임을 분명히 확인하기 때문이다.
DNA를 물려주지 않은 자식을 차별하는 것도 근본 이유는 우리가 동물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의붓 부모한테 육체적 학대를 받을 가능성이 진짜 부모 아래에서 보다 무려 40배나 높다. 또한 의붓아버지의 53%, 의붓어머니의 25%만이 자식을 키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붓 부모를 둔 미국의 대학생들은 정상적인 부모를 가진 학생보다 교육비를 65%(1만5500달러)나 덜 받아 생활고에 시달린다. 물론 이런 생물학적 본능을 이겨내고 전처나 전남편의 자식을 잘 키우는 부모도 있다.
이희호 여사가 호화 유학 생활을 하는 유일한 친아들 홍걸씨에게 많은 보따리를 실어나르고 포스코회장을 만나게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마는 다음 번 대통령은 자기 자식 챙기기보다 국민 전체의 육아와 교육에 더 신경을 쓰는 사람을 뽑자.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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