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두산 상훈-SK 종범 “이제부턴 이름값 할래요”

  • 입력 2002년 5월 7일 17시 54분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흔한 이름은 ’김정수’다. 1군에서 활약한 선수만 쳐도 투수가 1명, 타자는 4명이나 된다. 원조격인 맏형 김정수는 롯데 2군 감독인 김정수(金貞洙)다. 롯데 원년 멤버로 출발해 삼미 청보를 거친 그는 올드팬이면 누구나 기억하는 왼손 강타자였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김정수의 대표주자는 올해로 17년째 뛰고 있는 한화 왼손투수 김정수(金正洙)다. 그는 해태 시절 한국시리즈에서만 7승을 올렸다.

올 프로야구에도 동명이인 선수의 활약이 거세다. 두드러진 특징은 무명에 가까운 선수가 이름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를 능가하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

두산 오른손 투수 이상훈(李相勳)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달 미국에서 귀국해 국내 스포츠 사상 최고 연봉(4억7000만원)을 받은 LG 이상훈(李尙勳)과 31세 동갑내기인 그는 프로 13년동안 4승이 시즌 최다승이었을 정도로 철저한 무명투수였다. 이에 비하면 LG 이상훈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당대 최고의 왼손투수.

하지만 이제 상황은 정반대로 역전됐다. 두산 이상훈은 올해도 중간계투를 맡았지만 LG 이상훈이 마이너리그 생활을 접고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할 즈음부터 차곡차곡 승수를 쌓기 시작, 선발승 1번을 포함해 3승(2패)을 올리며 레스(4승)에 이어 팀내 다승 2위로 우뚝 섰다. 지난 겨울캠프에서 과감한 몸쪽 승부를 집중 연구한 게 환골탈태의 비결이란 게 김인식감독의 설명.

SK 3년생 타자 채종범(鍾範)의 변신도 놀랍다. 기아 이종범과 성은 다르지만 이름은 한자까지 같은 그는 2할5푼대 타율에 한 자리수 홈런에 머문 평범한 외야수. 그러나 올해는 타율 0.321(6위)로 이종범(0.306·11위)을 오히려 앞서고 있다. 해마다 시즌초 반짝스타로 이름을 알렸지만 잦은 부상에 슬럼프마저 겹쳐 여름나기에 실패했던 그의 올해 목표는 바로 이종범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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