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의 잘 나가는 나이트클럽엔 항상 그의 모습이 보였고 옆엔 미녀들이 즐비했다. 술과 쾌락에 길들여진 몸은 그라운드에 서면 흐느적거렸다. 골은 커녕 제대로 뛰기 조차 힘들었다. 축구선수의 꿈이라는 월드컵 무대에서도 예전기량은 회복되지 않았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 ‘신동’은 온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모았지만 고작 1경기에 출전해 1골만 기록한채 귀국보따리를 쌌다. 팀은 1라운드에서 예선탈락. 언론은 조롱했다.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도태된다는 게 바로 진리. 이를 깨닫는데 몇 년을 허비한 ‘신동’은 생각을 고쳐 먹었다. 운동에만 전념해 녹슬어진 자신의 기량을 꾸준히 갈고 닦았다. 99년 결혼하면서 복잡한 여자관계도 청산했다.
그리고 ‘신동’은 다시 그라운드에서 천재적인 기량을 발휘했다. 라울 곤살레스 블랑코(25). 그는 99∼2000, 2000∼2001시즌에 2년 연속 득점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아무도 그가 2002월드컵에서 ‘스페인 무적함대’를 이끌 희망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전기공의 아들로 태어난 라울은 일찌감치 매스컴과 팬들의 주목을 받은 천재. 90년 애틀레티코 마드리드 유스팀에서 본격적으로 축구수업을 시작해 4년 뒤인 94년 스페인의 최고명문구단인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 역대 최연소(17세)로 유럽 3대리그중 하나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데뷔했다.
94∼95데뷔시즌에 19골을 터뜨린 그는 이듬해 21골을 넣으며 팀에 리그 우승컵을 안기며 스페인 축구에 ‘라울 시대’를 선언.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으나 가정생활에서 안정을 찾으면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센터포워드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소화해내는 라울은 순간적인 골결정력면에서 세계최고수준이라는 평가. 볼 흐름에 따른 위치선정이 정확한데다 화려한 개인기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슈팅능력을 겸비해 스트라이커의 조건은 모두 갖췄다.
이탈리아 등에서의 집요한 스카우트 제의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해외진출을 마다한채 국내리그에서만 뛰고 있어 스페인 팬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 선수. 지단(프랑스), 피구(포르투갈), 히바우두(브라질)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스페인은 월드컵에 10차례나 진출한 강국이면서도 56년 한차례 4강에 오른 것을 제외하곤 내세울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스페인 국민들은 라울의 양발에 모든 걸 걸고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라울 곤살레스는
△출생지〓스페인 산 크리스토발 데 로스 앙헬레스
△생년월일〓1977년 6월27일
△체격〓1m80, 72㎏
△포지션〓포워드
△소속팀〓레알 마드리드
△대표팀 데뷔전〓1996년 10월9일 체코전
△월드컵 본선출전과 득점〓1998년 프랑스 월드컵(1골)
△연봉〓70억원
△주요경력〓스페인 1부리그 득점왕 2회, 1999∼2000시즌(25골) 2000∼2001시즌(24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