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입성 좌절〓최씨가 홍걸씨를 처음 만난 것은 시중에 알려진 것처럼 90년대 중반 홍걸씨의 미국 유학시절이 아니라 97년 대선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홍걸씨와 친분이 있던 민주당의 모씨를 통해 의도적으로 홍걸씨에게 접근했고 그 때부터 홍걸씨를 위해 모든 것을 투자했다는 후문이다.
홍걸씨가 주위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최씨와의 절연(絶緣)에 실패한 것도 이런 최씨의 ‘지극 정성’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인 홍일(弘一) 홍업(弘業)씨가 “최규선이와 어울리지 말라”고 몇 차례 경고하자 홍걸씨는 오히려 “형들이 나에게 해준 것이 뭐 있느냐. 형들보다 최규선이가 나에게 더 잘해준다”고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도 대통령 인수위 시절인 98년 초 조지 소로스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 등 세계적인 투자자들의 방한을 이끌어낸 최씨를 무척 총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아들에게 ‘대양’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최씨를 옆자리에 앉혀 중국산 차를 손수 따라주는 등의 애정을 보였다는 것이 최씨 본인과 주변사람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최씨의 과장된 언행과 주위사람들의 견제로 그는 점차 대통령의 눈 밖에 나기 시작했다. 그의 청와대 비서실 입성이 좌절된 것은 인수위 시절 동아일보에 보도됐던 ‘마이클 잭슨 DMZ공연’ 기사가 결정적이었다. 그는 당시 기자와 만나 “8월 15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마이클 잭슨이 ‘남북 평화콘서트’를 개최하는데 그때 김 대통령이 대북 평화메시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중권(金重權)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로부터 청와대 입성 불가 통보를 받은 뒤 눈물을 흘리며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김 비서실장 내정자에게 전화를 걸어 해명을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권노갑과의 만남〓대통령 비서실 진입에 실패한 최씨는 그때부터 일본에 체류 중이던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을 타깃으로 삼는다. 그는 98년 추석 직후 도쿄로 건너가 권 전 최고위원이 머물고 있던 아파트 주변을 맴돌며 “보고드릴 게 있다”고 면담을 요청해 만나는 데 성공했다.
최씨는 권 전 최고위원이 99년 귀국한 뒤 민주당 상임고문으로 복귀하자 비서로 일했다. 한 번은 당시 민주당 고위당직자가 권 전 최고위원을 만나러 사무실을 찾아 왔다가 최씨로부터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다리셔야 한다”는 말을 듣고 무안을 당하기도 했다.
목표를 정하면 무모할 정도로 저돌적인 그의 사교술은 마이클 잭슨이나 스칼라피노 교수와 사귄 일화를 통해 알려져 있다. 주위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매일 아침 마이클 잭슨의 집 앞에서 자신의 아들에게 색동옷을 입힌 채 일주일을 기다린 끝에 결국 아이를 좋아하는 마이클 잭슨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것. 마이클 잭슨이 차에서 내리자 그는 “나와 내 아들은 당신의 영원한 팬이다. 당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마이클 잭슨을 친구로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기브 앤드 테이크’〓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동생인 가수 로저 클린턴을 초청한 것도 최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저 클린턴이 방한하자 최씨는 고위층과의 면담 때 자신에 관한 얘기를 해달라며 로저 클린턴에게 한국발음 ‘최’‘규’‘선’을 연습시켰다는 것.
그러나 로저 클린턴이 자신에 대해 별다른 얘기 없이 고위층과의 면담을 끝내자 최씨는 호텔 체크아웃도 하지 않은 채 잠적해버려 로저 클린턴이 이틀간 더 국내에 강제 체류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김 대통령에 대한 그의 배신감은 결국 앙심으로 변했다. 한때 김 대통령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면서 출세와 부를 꿈꿨던 최씨는 김 대통령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자 폭로에 나섰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미국에 있는 아들이 그에게 보내온 카드에도 김 대통령을 저주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테이프 등장인물들 “소설같은 얘기”▼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가 검찰 출두에 앞서 녹음한 테이프에 등장한 정치권인사들은 한결같이 최씨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최씨가 녹음테이프에서 ‘97년 12월말경 대우와 현대의 외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나를 불러 대림의 전무를 만나보라고 했다’는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최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한 대표는 “97년 대선 이후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가 ‘이 사람이 최규선’이라고 소개해 수인사를 나눈 적은 있으나 그 뒤로 다시 만난 적이 없다. 대림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대림 전무를 만나라고 했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최씨가 ‘당시 정동영(鄭東泳)씨도 컨설턴트를 만나보라고 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정 의원측은 “개연성이 없는 얘기다”고 일축했다.
최씨는 특히 녹음테이프에서 “98년 여름 최재승(崔在昇)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에게서 연락이 와 H호텔에서 만났을 때 (최 의원이) ‘대우 현대로부터 수백억원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니 벌었으면 나눠 먹으라’는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최 의원은 펄쩍 뛰었다.
최씨는 또 “마이클 잭슨 공연 무산을 구실삼아 이강래(李康來)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김세옥(金世鈺) 당시 경찰청장에게 나를 구속시키라고 했는데, 최 위원장이 김 청장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알려줬다”는 말도 했는데, 최 의원은 “김 청장을 만난 적도 없다. 경찰청장이 왜 나에게 그런 보고를 하겠느냐”고 펄쩍 뛰었다.
최씨는 “당시 이종찬(李鍾贊) 국가정보원장과 이강래 수석이 박주선(朴柱宣) 법무비서관을 통하지 않고 바로 김 청장을 불러 나를 구속하라고 지시했으나 박 비서관이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최성규(崔成奎)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에게 구속영장을 보류하라고 해 불구속으로 수사를 받았다’는 주장도 폈지만, 관련 당사자 3명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이 전 국정원장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고, 이강래 의원은 “당시 내가 치안비서관을 데리고 있었는데 경찰에 직접 그런 지시를 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 완전히 소설이다”고 반박했다.박주선 의원도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법무비서관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데, 간혹 조사과(사직동팀)의 첩보를 넘겨받아 수사하는 경우에는 특수수사과장이 사후에 보고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취지의 간략한 보고를 받은 기억은 있지만 어떤 경위로 최씨를 수사하게 됐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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