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 지구촌을 휩쓴 닷컴 열풍은 머니 게임(money game)을 하는 투기꾼들에 의해 철저히 왜곡되었다. 인터넷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의 기회보다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투기 욕구가 사람들의 의식을 마비시켜 버렸다. 투기에 따른 거품이 사라지자 인터넷에 대한 관심도 싸늘히 식어 버렸다. 그러나 닷컴 기업의 진화와 생존을 연구한 저자는 인터넷 시대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것인가 아니면 도태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실로 방대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팀이 미국, 캐나다,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수행한 현장 조사 결과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785개 기업의 설문조사와 8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300회 이상의 인터뷰, 아마존, 시스코, 이베이,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IBM, 휴렛팩커드 등 3개 대륙 24개 기업의 심층 사례 연구 결과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키워드는 ‘e문화’이다. 인터넷과 네트워크 기술이 새로운 조직 문화를 필요하게 만들어주는 자극제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와 같은 새로운 문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또한 인터넷이 가져온 새로운 문화 현상인 e문화에서는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조직구성, 새로운 임무 수행,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인터넷 관련 책이라기보다는 변화에 관한 책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인터넷의 진정한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으로써 e문화의 확산에 따른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이베이, 아마존 등 성공한 닷컴 기업과 망해버린 닷컴 기업을 각각 진짜 닷컴과 껍데기 닷컴이란 이름으로 비교하고 있다. 진짜 닷컴은 고객에 관심을 갖고 항상 배우는 자세로 근본적인 변화와 수익을 지향하는데 반해 껍데기 닷컴은 고객보다는 자본 시장에 관심을 갖고 오만하며 임기응변식 변화와 소비를 지향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2부에서는 비즈니스에서 인터넷의 의미를 분석하고 e문화를 실천하는 근본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즉흥 연극처럼 실행한다, 협력업체들과의 네트워크를 육성한다, 공동체로 조직을 재구성한다, 천하제일의 인재를 확보한다 등 크게 4가지 e문화의 원리를 사례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끝으로 3부는 e문화에서 변화를 이끄는 실질적인 안내 지침을 제공한다.
즉 조직 전체에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 그 변화를 리드하는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9장에서는 가능성 파악, 비전 공유 등 변화를 이끄는 일곱 가지 덕목을 설명하고 있다.
e문화라는 변화의 시대에 불독에 립스틱을 바르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경영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dhlee67@pops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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