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뉴스위크 ‘日경제의 스위스化’ 표지기사로 보도

  • 입력 2002년 5월 10일 17시 48분


《최근 일본에서는 ‘사자는 잠들지 못한다(The Lion Cannot Get to Sleep)’라는 제목의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도요타 등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앞다퉈 필독서로 추천하고 있는 이 책은 쥐들의 왕국을 통치하는 사자의 이야기. 사자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쥐들에게 30%의 높은 세금을 거둬들이면서 대신 경제적 생존을 보장해준다.》

이 책에서 그려진 사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쥐들은 윤택한 생활에 만족하며 더 이상 경제 초강대국 지위에 연연하지 않는 일본 국민을 가리킨다.

일본은 지난 10여년간 추진했던 구조 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삶의 질 향상에 눈길을 돌리는 ‘아시아판 스위스’가 돼가고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근호(13일자)가 커버스토리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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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강대국 저팬’

90년대초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경제는 기업과 금융권의 구조조정 부진, 정부의 미온적인 규제철폐 등으로 인해 추락을 거듭했다. 현재 일본은 아프리카의 빈국 보츠와나 수준으로까지 신용등급이 떨어졌으며 2015년까지 1%를 넘지 못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지난달에는 소니의 시장가치가 한국의 삼성에 추월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일본 국민이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세계 1위 외환보유고(4015억달러)와 12%가 넘는 경이로운 저축률을 가진 일본인들은 가구당 사치품 구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선진7개국(G7)중 낮은 5.2%의 실업률과 연 3만4000달러(약 4400만원)를 웃도는 국민 1인당 평균 수입도 일본인들에게 안락한 생활을 보장하고 있다.

일본은 또 의료보험 적용률과 퇴직연금 지급 규모에서도 아시아 최고 수준.

랜드 연구소의 찰스 울프 수석자문은 “빈국들이 낮은 저축률로 인해 성장이 불가능한 ‘저단계 균형’의 덫에 빠져있다면 일본은 높은 저축률이 성장을 가로막는 ‘고단계 균형’의 덫에 걸려있다”면서 현재 일본의 경제 상황을 ‘안락한 침체(Comfortable Stagnation)’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일본의 스위스화(化)에는 여러 장애물이 놓여있다. 안락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경제가 받쳐줘야 하는데 일본은 90년이후 부동산 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국민 총자산이 5조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또 아시아에서 일본의 경제적 군사적 역할 증대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도 일본에는 큰 부담이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일본의 업종별 구조조정 장애요인
업종총경제인구 대비 비율(%)요인
종신고용 보장 사무직20.0종업원 해고 금지 법률
건설10.3과잉 설비 투자
유통9.8정치권의 긴급 구제금융
농어축산5.5정부 지원금
중소 제조5.0정부의 부실기업 퇴출 의지 부족
공무원3.3공기업 민영화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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