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임창정 "연기 외길 가고픈데 노래도 뜨니 어쩌죠"

  • 입력 2002년 5월 13일 18시 49분


임창정은 오랜만인데도 만나자마자 너스레부터 떨었다. 평소 붙임성좋은 그는 농담속에 진심을 담기도 한다.

“(신)승훈이 형도 8집 밖에 안 냈는데 나는 벌써 9집이예요.”

창작면에서 다작(多作)은 자칫 ‘날림’으로 오해받기 쉽다. 데뷔 연도를 봐도 임창정은 신승훈(90년 11월)보다 5년이나 늦다. 그런데도 그가 9집을 ‘벌써’라고 강조하는 것은 가수 생활에 대한 ‘긍정 반 부정 반’의 심경이 담겨 있다. 매번 영화 출연과 음반 녹음을 거의 동시에 해온 그는 “나는 가수보다 연기자”이라고 자주 말해왔다. 가수는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뜻이다.

새 음반 ‘CJ 2002’은 10여일만에 20만장이 나갔다. 올해 상반기 히트 반열에 가뿐히 올라설 추세다.

타이틀곡 ‘슬픈 혼잣말’(김형석 작곡 임창정 최희진 공동 작사)은 감미롭고 애절한 발라드다. 슬픈 감정을 세련되게 이끌어내는 모양새가 ‘비트’ ‘두사부 일체’ 등 영화속 코믹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다.

그는 매 음반마다 발라드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영화속 임창정과 발라드 가수의 서로 다른 이미지를 양립하기 쉽지 않은데도 8집까지 그의 음반은 매번 50만장을 넘었다. 그의 이같은 발라드 인기는 김민종과 더불어 가요계의 불가사의로 손꼽힌다.

“노래와 TV, 영화 등에서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잡은 덕분이다. 그 덕분에 그는 동시다발적으로 매체 노출 빈도를 높일 수 있어 음반 홍보가 훨씬 유리하다. 또 그의 얼굴은 결코 잘생겼다고 볼 수 없는데 이 점이 오히려 팬들에게 편안함을 준다.”(SBS의 한 PD)

새음반은 수록곡의 완성도나 다양함, 풍성한 사운드 등으로 임창정의 노래 인기가 ‘거품’이 아님을 다시한번 과시하고 있다. 팬들에게 보내는 노래 ‘내게 남은 한사람’, 가수의 여과되지 않은 목소리가 친숙함을 더해주는 ‘너를 너로써’ 등은 가수 임창정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임창정은 거의 매번 ‘낮 영화 밤 노래’로 영화와 음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번 새음반도 6월 개봉을 앞둔 코미디 액션 ‘해적 디스코왕 되다’와 동시에 작업했다. 그는 “하룻새 코믹 영화와 슬픈 이별 노래를 오가며 감정을 가다듬는 게 황당할 때도 있지만 연기자는 얼굴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수는 10집까지만 하고 연기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에 전념하겠다는 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매번 수십만장에 이르는 음반 판매나 두터운 팬을 그가 쉽게 포기하지 않을 듯하다.

“그래도 전문 연기자로서 거듭나려면 체계적인 이론 공부도 해야 하고. 나이도 서른을 코앞에 둔 지금, 이젠 ‘나의 외길’을 준비해야죠.”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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