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북처리 '조용한 외교'론 안된다

  • 입력 2002년 5월 13일 18시 49분


중국 정부가 최근 자국 내 외국 공관 진입을 시도한 탈북자 10명을 제3국으로 추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목숨을 걸고 모험을 강행한 당사자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며, 그럴 때마다 관련 당사국들이 사안별로 대응해 문제 해결을 모색하던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점이다. 중국 내 탈북자들의 외국 공관 진입 시도는 3월 주중(駐中) 스페인대사관에 25명이 대거 진입한 사건부터 시작해 올 들어 벌써 8번째다.

무엇보다 정부는 ‘조용한 외교’로는 더 이상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탈북자 문제를 위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탈북자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숙명적으로 ‘당사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이 문제에서 국제 비정부기구(NGO)보다도 못한 역할에 그쳤다는 점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NGO들은 탈북자들에 대한 막후 지원을 통해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는 데 공헌했고 이것이 현재 중국 정부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NGO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외국 공관을 이용한 탈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만에 하나 중국 주재 한국 공관에 탈북자 수십명이 진입한다면 이럴 경우에도 정부는 ‘조용한 외교’를 고집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적 여론도 많이 환기된 만큼 이제는 우리 정부가 전면에 나서야 할 때다.

정부는 중국 측에 대해 탈북자 문제의 공식 협의를 제안해야 한다. 우리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중국에도 유용한 방법임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으로서는 탈북자들이 자국 내 외국 공관으로 뛰어들 때마다 국제적으로 인권문제가 제기되는 등 곤혹스러운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상황은 전혀 조용하지 않은데도 계속 ‘조용한 외교’를 고집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외면하는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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