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한경 씨(석사)와 박수진 박사(심리학과 시각연구실)는 ”눈이 크고 콧방울은 작은 여성, 섹시하기만 한 여성보다는 섹시하면서 청순한 여성이 더 미인으로 평가됐다”고 14일 밝혔다. 이 연구는 17일 부산대에서 열리는 한국감성과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연구팀은 500여명의 20대 여성 얼굴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든 뒤 이중 대표적인 49명의 얼굴을 골랐다. 이 얼굴로 한국 여성의 평균 얼굴을 만들고, 이중 아름답다고 평가받은 사람 8명만 골라 미인의 평균 얼굴을 만들었다.
연구팀이 평균 얼굴과 아름다운 얼굴을 컴퓨터로 비교한 결과 36가지 얼굴 특징 중 8가지의 두드러진 차이점이 나타났다. 미인은 보통 사람보다 눈이 크거나 눈썹이 길었다. 이마 역시 미인이 길었다. 그러나 미인은 인중과 턱이 짧고, 콧방울은 작았다. 미인의 평균 얼굴은 보통 사람보다 한쪽 눈이 평균 0.28㎝, 눈썹은 0.86㎝, 이마는 1.24㎝ 길었다.
그러나 미인이 되려고 무조건 이같은 조건으로 화장을 하거나 성형 수술을 받다가는 되레 ’추녀’가 될 수 있다. 김한경 씨는 ”얼굴의 개별 특징이 미모를 설명하는 정도는 약 30%에 불과하며, 한가지 특징보다는 전체의 조화와 균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20대 여성의 합성 얼굴을 이용해 젊은이들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따뜻하고, 부드럽고, 참하고, 청순하고, 앳된’ 동양적인 여성보다는 ’날카롭고, 강하고, 성숙하고, 섹시한, 야무진’ 서구적인 여성의 얼굴이 미인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서구적이기만 한 여성보다는 두 가지 면을 함께 가진 여성이 더 미인으로 평가됐다. 사람들은 아주 섹시한 여성보다는 덜 섹시하지만 청순함을 함께 갖춘 얼굴을 더 미인으로 보는 것이다. 이 연구는 젊은층만을 조사했기 때문에 나이에 따라 미인에 대한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미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살아가면서 얻기도 하지만 타고나는 것도 많다. 신생아에게 성인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면 아름다운 얼굴을 더 오래 본다.
이처럼 미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인간의 오랜 진화를 통해 갖춰진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미인의 조건 중 눈이 크고 이마가 넓은 것은 젊음과 관련된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어린이가 어른보다 눈이나 이마의 비율이 크고 넓다. 젊을수록 건강하고 자식을 많이 낳을 수 있어 진화에 유리하다. 섹시한 여성을 좋아하는 것도 성적으로 성숙해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 젊고 섹시한 여성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웃는 표정도 미인을 평가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긴 눈썹이나 도톰한 입술은 ’웃는 표정’의 하나다. 또 상황에 따라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라진다. 외국 연구 결과 여성들은 짧은 만남에서는 거친 얼굴의 남성, 오랜 만남에서는 부드러운 얼굴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진 박사는 ”보기 좋은 미인의 얼굴이 반드시 호감을 주는 것은 아니며, 배우자나 동료 등 지속적으로 만나는 관계에서는 보통 얼굴이 더 호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