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불혹의 초등교 동창들 恩師에 회갑기념 문집

  • 입력 2002년 5월 14일 19시 49분


불혹을 훌쩍 넘긴 중년의 제자들이 초등학교 시절 은사의 회갑을 맞아 기념문집을 만들어 봉정(奉呈)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인천 신선초등학교 허원기(許元基·60) 교장과 경기 화성시 대방초등학교(현 팔탄초등학교 대방분교) 3회 졸업생 50여명.

제자들은 허 교장이 그동안 쓴 논문과 각종 기고문과 함께 자신들의 글을 덧붙여 만든 두 권짜리 문집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를 4일 스승에게 바쳤다. 당초 스승을 위해 회갑잔치를 열어 드리려고 했지만 정작 허 교장이 “아직 젊은데 무슨 회갑잔치냐”며 고사해 기념문집으로 대신했다.

졸업 후 간간이 만남을 유지해 온 제자들은 6년전부터는 1년에 두 차례 정기 모임을 만들어 매년 스승의 날이면 허 교장을 찾고 있다.

이들이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은 것은 1966년 경기 화성시 대방초등학교를 다닐 때.

허 교장은 이번에 문집 발간을 주도한 3회 졸업생들의 1, 2, 5, 6학년 담임을 맡았다.

당시 대방초교는 한 학년에 한 학급 뿐인 작은 시골학교로 변변한 운동장도 없었다.

이 때문에 공부를 하는 시간외에는 제자들과 함께 틈틈이 텃밭도 일구고 학교 곳곳을 손질하며 땀 흘린 시간도 적지 않았다.

제자인 박백근씨(43·사업)는 “매를 안 맞아 본 학생이 없을 정도로 엄하셨지만 밤 늦도록 일일이 글을 가르쳐 주실 정도로 자상하신 분”이라고 기억했다.

허 교장은 요즘도 제자들을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허 교장은 “제자들로부터 이렇게 뜻깊은 선물을 받아 본 선생님도 아마도 나밖에 없을 것”이라며 “2년 후면 정년이지만 제자들에 대한 마음 만큼은 언제까지나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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