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우리는 그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

  • 입력 2002년 5월 15일 10시 20분


D-16.

한국 축구의 염원을 담고 있는 2002년 월드컵이 코앞에 다가왔다.

온 국민의 관심은 제주 서귀포 강창학 구장에 쏠려있다.

비공개로 실시하고 있는 전술훈련과 선수들을 지옥을 몰아넣고 있는 체력훈련.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유럽에서 전지훈련 중인 청소년 축구 대표팀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월드컵 16강의 실현이 지상최대의 관심사일뿐이다.

국민들의 이런 관심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아시아청소년대회 본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 청소년대표팀(19세이하).

최성국이 대표팀 합류로 인해 빠져있지만 정병민(포르투갈 마프라), 이산(잉글랜드 웨스트햄), 권집·윤원일(이상 독일 FC쾰른) 등 유럽파가 총집합됐다.

안정환(이탈리아 파르마), 설기현(벨기에 안더레흐트)으로 대표되는 성인대표팀의 유럽파보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됐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선수들이기에 국민적인 관심을 받아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대표팀이다.

하지만 2002년 5월 현재 우리는 그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아마도 2006년 월드컵이 다가오면 서서히 그들에게 눈길을 돌릴 것이다.

이것이 한국축구의 현실이고 축구를 바라보는 한민족의 습성인가?

어린 새싹을 장기간동안 키워서 훌륭한 재목을 만드는 것보다는 어느 순간 화려하게 피어있는 꽃을 더 좋아하는 우리들.

불행한 것은 지금의 어린 유망주들이 국가적인 지원과 국민적 애정으로 해외에서 실력을 키우고 있지 않다는 점.

대다수의 어린 해외파들은 개인적인 열정과 주변 인물들의 도움으로 선진축구을 습득하고 있다.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선진 축구를 받아들이고자 선수들을 해외로 유학보내는 것 역시 우리가 예전부터 행해오던 엘리트 축구의 연장이라는 점이다.

예전에는 그 엘리트 집단이 10명이었다면 지금은 한 20명으로 바뀐 사실만 빼면 달라진 것이 별반 없다.

각 프로구단에서 유망주를 선발, 유럽과 브라질로 축구 유학을 보내지만 매년 수십명에 불과한 소수 인원이다.

이런 방식과 애정으로는 한국축구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월드컵이 끝나고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을 경우 축구에 대한 애정이 식어들 것이 뻔한 한국축구.

그때가 되면 어린 유망주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높아질까?

이제는 당면한 목표의 실현도 중요하지만 훗날을 기약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제도적인 보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제공 : http://www.entersport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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