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경기장에 한 대의 대형버스가 서 있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 북부의 산고르 경기장. 먼지 투성이가 된 차내에는 'EQUIPE NATIONALE DE FOOTBALL'라 적혀있다. 예전에 세네갈 대표가
사용하던 버스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축구는 화제거리가 되지 못했다"고 2000년에 취임한 세네갈 블르노메트 대표팀 감독은 말했다.
뒷길, 광장, 그리고 해안에서 남녀노소 즐겁게 축구공을 차고 있는 광경은 아프리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해변 고지에 바벨이나 벤치 등을 놓아 만든 '푸른 하늘 휫트넷 클럽'에서 시민들이 종종 축구를 즐기기는 하지만, 나이지리아, 카메룬 등 다른 아프리카국가의 축구 열기와 비교해 볼때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다카르 시내에 있는 농구 코트가 눈에 띈다. 세네갈의 농구실력은 남녀 모두 아프리카 대륙에서 톱클래스로, 세계 선수권에도 출장했다. 전통 문화로 뿌리깊은 세네갈에는 프로씨름이 인기다. 거리에는 듬직한 레슬러들이 벌이는 시합이 인기리에 전파를 타고 있다.
▼ 월드컵 본선 출전에 열기 후끈▼
세네갈 축구는 이제껏 월드컵 출장 경험이 한번도 없다. 아프리카 선수권 4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그동안 아프리카에선 우승 가능한 농구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농구코트가 만원인데 비해 근처 축구장은 텅 빈 적도 있었다"
일간지 '소레이유'의 스포츠 기자 무바이잔크디옵씨는 말했다.
그런데 작년에 월드컵 본선 출전이 확정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이제껏 국내 축구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남아프리카나 나이지리아 대회등을 다루웠던 광고회사가 갑자기 축구 협회와 계약한 것이다.
1~2월에 열린 아프리카 선수권에서 세네갈 대표는 개최국 마리의 수도 바마코 시내의 한적한 고급 호텔을 전부 빌렸다. 월드컵, 올림픽 등의 취재 경험이 풍부한 소레이유지의 전 편집장을 홍보 담당으로 기용하고, 시합 전날과 당일 시합 후 기자회견을 하는등, 미디어에 대한 준비도 완벽하다.
광고회사의 담당자도 대동하며 취재를 받는 선수의 뒤에는 협찬기업의 로고가 들어간 간판이 준비됐다. 이런 직업적인 운영방식은 이 대회 참가 16개국중 가장 뛰어났다.
이젠 대표들도 에어콘과 TV가 부착된 버스를 타고 있다. 그 낡은 버스로 이동하고 있던, 하지만 마음만은 편하고 한가로운 시대는 이미 지났다.
국민들의 축구열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선수권 예선리그 최종전과 1회전 결승전을 다카르북부에 있는 그랜드코트지구의 구민회관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TV로 관람했다.
다카르 공항에서 시 중심부까지의 도로에는 밝게 가로등이 켜져있고 시내에는 고장없이 작동하는 신호기가 있다. 버스정류장에는 지붕과 의자가 잘 갖춰져 있고 슈퍼마켓에는 선반 가득히 상품들이 놓여져 있다.
월드컵 본선출전외 다른 것을 아프리카 4개국의 중심 도시와 비교해 보면 튀니지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세네갈은 분명 카메룬이나 나이지리아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TV가 없는 가정도 많다. 빈민가정이 많은 그란요후 지구는 코카·콜라 반병 값에 해당하는 100세이파후란(약 19엔)의 입장료를 받고 구민회관을 개방, TV관람을 위한 장소로 제공하고 있었다.
예선전 콩코전날 대강당에 약 70명이 모였다. 시합이 시작되자 모두 쥐죽은 듯 조용히 브라운관을 주목한다. 그러나 시합이 진행됨에 따라 흥분하면서, 플레이 하나하나에 환성을 지르거나 한숨을 지었다.
결국 세네갈이 콩고에 쾌승, 12년만에 4강 진출이 결정 (결국은 준우승)됐다. 매우 기뻐하며 구민회관에서 나가는 주민들을 따라 밖으로 나오자 낮엔 한산했던 도로가 환희의 인파로 후끈거렸다.
차로 사람을 밀어 헤치듯 시의 중심부로 돌아왔다. 시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독립 광장 주변은 새로운 열기에 싸여 있었다. 클랙션을 계속 울리는 차, 세네갈 국기를 흔드는 사람들…. 막강해진 축구대표팀이 이미 세네갈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아사히닷컴>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