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막둥이를 외통수로 몰아넣은 최규선씨(42)가 검찰에 출두할 때의 모습이 뇌리, 정확히 말해 대뇌피질(大腦皮質)에 계속 머뭇거린다.
최씨는 과연 정상인일까, 아니면 과대망상증 환자일까?
일부 심리학자들은 최씨가 정상이라고 본다. 이들 학자는 ‘우쭐심리’‘완장(腕章) 심리’를 한(恨)이나 정(情)처럼 한국인의 고유한 심리유형으로 규정하는데, 최씨의 행태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 서양인은 업적이나 성취를 중시하고 한국인은 사람의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이 때문에 우쭐댈 만한 것에 유난히 집착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쭐심리로 설명하기로는 최씨는 너무 ‘독특’하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최씨를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혹평하지만 의학적으로는 거리가 멀다. 과대망상증은 망상장애의 일종으로 의처증 의부증처럼 실제 남편이나 아내는 멀쩡한데 바람을 피운다고 믿는 것이다. 지금껏 언론 보도를 보면 최씨에게는 없는 일을 있는 것처럼 믿는 망상(妄想)은 없는 듯하다.
의학적으로 최씨는 ‘자기애적 성격장애’에 더 가깝다. 이것은 ‘병적 나르시시스트’라고도 불리는 일종의 병으로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고 다른 사람이 이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여기면서 남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다. 환자 중에는 어릴적 과보호를 받거나 특별한 사람이기를 요구받은 이가 많다. 부모에게 다른 아이에게 지지 말고 양보하면 안 된다, 꼭 이겨야 한다고 배운 아이, 사랑을 못받고 자란 아이도 나중에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병 진단목록인 ‘DSM-Ⅳ’의 자기애적 성격장애 진단 기준. 5개 이상이면 병일 가능성이 큰데 최씨의 경우 대부분 해당하는 것 같다. 특히 요즘 신세대들 중에 이 병의 환자가 많은데, 자신이나 가족 중에 환자는 없는지 체크해 보시기를….
①나의 재능이나 능력이 탁월하다고 믿고 다른 사람이 이를 알아주기를 바란다.
②끝없는 성공 또는 권력, 명석함, 운명적 사랑 등을 믿고 집착한다.
③나는 특별하고 독특해서 아주 높은 자리에 있는 특수한 사람만이 나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④주위 사람이 끊임없이 감탄하기를 요구한다.
⑤나는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에 예외적인 대우를 받아야 하고 남들은 내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
⑥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때로 착취한다.
⑦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⑧질투심이 강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시기하고 있다고 느낀다.
⑨젠체하고 건방진 행동을 잘한다.
stein3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