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경력 4년째. 1000만원으로 주식을 시작해 3억원까지 돈을 불린 P씨(25)는 최근 코스닥 관리종목 국제정공의 폭탄돌리기에 걸려 단 4일 만에 전 재산을 날렸다.
국제정공은 지난달 17일 대구 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정관리 종결 신청을 낸 회사로 지난달 초 1000원대였던 주가가 최근 장중 한때 5000원을 넘어섰다.
P씨는 이 회사 주가에 투기세력이 붙은 소위 ‘폭탄돌리기’가 아닐까 의심했다. 폭탄돌리기는 순전히 투기로 주가가 급등하다 갑자기 주가가 폭락해 투자자에게 큰 손해를 입히는 상황을 말하는 증권가 속어.
그러나 그는 어디선가 “법원이 이 회사의 법정관리 탈피를 결정할 것이 확실하다”라는 소문을 믿고 투자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법정관리에서 벗어난다면 폭탄이 터져도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작용했다.
국제정공이 13, 14일 연속 하한가로 주저앉았을 때 P씨는 ‘아직은 폭탄이 터진 것은 아니며 주가는 다시 오를 것’이라고 판단, 14일 오후 전 재산과 미수(외상 주식 매수)까지 곁들이며 국제정공 주식을 3580원 가격에 20만주(종가 7억1600만원)를 사들였다.
폭탄의 위험은 그 폭탄이 투자자의 생각과 전혀 다른 시기에 터진다는 점.
15일부터 국제정공 주가는 법정관리 탈피 여부와 상관없이 투기세력이 급속히 빠져나가며 4거래일 연속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손절매도 불가능했다. 나흘 동안 하한가 매도 주문만 수십만∼수백만주씩 쌓여 있었고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 20일 종가는 2170원으로 그는 결국 단 4일 만에 2억8000만원을 날렸다.
장영수 동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루머에 주가가 급등락하는 관리종목의 폭탄돌리기는 전문 투자자라도 잘못 걸리면 큰 손해를 입는 만큼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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