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안정환-설기현등 “월드컵 발판 빅리그도약”

  • 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06분



‘빅리그를 향한 꿈이 익어가고 있다.’

축구선수에게 ‘지구촌 최고의 축제’ 월드컵은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다.

한국축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23명도 지난해부터 굵은 땀방울을 쏟아낸 끝에 가슴 뿌듯한 태극마크를 달고 꿈의 무대인 월드컵에 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욕심이 어찌 여기서 그치겠는가. 한국 국민의 염원인 16강 진출을 이뤄내야 하는 의무감에 더해 선수 개개인으로선 월드컵을 통해 한계단 도약하고 싶은 욕심을 버릴 수 없다.

유럽 ‘빅리그’에서의 대활약을 꿈꾸는 안정환(26·이탈리아 페루자)과 설기현(23·벨기에 안데를레흐트)에 차두리(22·고려대), 이천수(21·울산 현대). 이들이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의 조련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되면서 ‘우물안 개구리’에서 이젠 ‘우물밖 개구리’로 변신하고 있다.

‘테리우스’ 안정환. 청운의 꿈을 안고 2000년 이탈리아 세리에A로 건너갔지만 2년째 ‘임대’로 남아 있다. 피나는 노력을 하며 살아남기 위해 버텼지만 유럽의 벽은 높았다. 대스타들을 따라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유럽축구를 제대로 알아야 했다. 그것을 히딩크 감독이 제시해 줬다. 유럽에서 통할 수 있는 체력과 폭넓은 시야, 그리고 골결정력. 안정환은 16일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높게만 느껴졌던 ‘유럽’을 농락하며 2골 1어시스트를 연출하는 등 빅리그 완전이적의 신호탄을 쏘았다.

‘야생마’ 설기현. 역시 유럽진출의 꿈을 차분히 키워가겠다고 ‘유럽 2부’격인 벨기에 리그에 진출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앤트워프에서 좀더 좋은 팀인 안데를레흐트로 옮기기는 했지만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그라운드보다는 벤치를 지키는 횟수가 많았다. 부상이란 암초까지 끼어들었다. 그를 측면에서 지원해준 히딩크 감독이 없었다면 아마 포기했을 수도 있었다. 설기현은 “대표팀에 합류한 뒤 나도 모르게 좋아졌다. 이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아버지인 ‘차붐’ 차범근의 대를 이어 유럽파가 되고픈 꿈을 키워가고 있다.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을 땐 그저 빠르고 힘만 좋은 선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주위의 비난을 무릅쓰고 히딩크 감독이 혹독하게 조련했고 이젠 “조금만 다듬으면 유럽에서도 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이탈리아 무대를 노크했다가 K리그에 잔류한 이천수, 그리고 ‘히딩크 사단의 황태자’ 송종국(23·부산 아이콘스)도 ‘큰 물’에 나가 놀 수준이 됐다는 평가다.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이 이젠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성장했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이번 잉글랜드와 프랑스와의 평가전, 그리고 월드컵 무대는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다.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서귀포〓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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