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에서 축구는 남자들의 생활 그 자체입니다. 경기를 관람할 때 영국처럼 광적이진 않지만 관중석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될 만큼 열정적입니다”.
‘근엄한’ 신부님도 축구애기를 꺼내자 얼굴에 화색이 돈다.
바체코 알바로 신부(32·포르투갈).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역곡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꼰솔라타 선교 수도회 소속인 이 벽안의 신부는 한국생활이 벌써 6년째. 포르투갈 북부 오뽀르토에서 태어나 이탈리아(1년), 영국(4년)을 거쳐 96년 한국에 정착한 뒤 한국음식도 가리지 않을 만큼 한국사람이 다 됐다.
하지만 그의 피속에 흐르는 포르투갈인의 기질은 어쩔 수 없다.
흔히 프로투갈을 설명할 때 파티마(FATIMA·가톨릭의 성지), 파두(FADO·포르투갈의 전통 음악) 축구(FUTEBOL)의 ‘3F’를 꼽는데서도 알 수 있듯 축구는 포르투갈의 국기나 마찬가지.
알바로신부도 걷기 시작하면서 공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고 14세 때 수도원부설 중학교에 입학한뒤 수도 리스본의 가톨릭대를 졸업할때까지 내내 학교 대표선수로 활약할 만큼 축구는 신학과 함께 인생의 반려였다.
알바로신부가 소개하는 포르투갈의 응원방식은 열기에 비해 단순하다. 한국처럼 응원을 주도하는 응원단장은 없다. 자발적으로 북이나 드럼을 경기장에 가지고 오는 사람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소그룹별 응원이 대부분.
응원 방법도 간단하다. 노래는 거의 부르지 않고 팀이름을 부른 뒤 박수를 세 번 치거나 선수이름과 박수 세 번을 치는 것이 대부분. 포르투갈 대표팀이 외국대표팀과 경기를 가질 경우 ‘포르투갈’이나 ‘올레 올레 포르투갈’을 외친뒤 박수를 세 번 치는 식이다.
만약 원정팀이 난폭한 플레이를 했거나 심판이 홈팀에 불리한 판정을 했을 경우 경기장이 순식간에 야유와 휘파람으로 뒤덮일 만큼 홈팀에 대한 애정과 경기 집중도가 강하다. 그래서 홈팀을 응원하는 사람과 원정팀 응원단간의 충돌이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관람석 곳곳에는 항상 경찰들이 배치된다는 것.
알바로신부는 “포르투갈과 한국이 같은 조에 속해 한국인들의 응원은 기대하지 않고있다”면서 대신 한국 관중의 응원자세에 대한 충고는 아끼지 않았다. “외국인들의 구미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과 다른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외국인들이 한국 스타일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는 것. 국내에서도 케이블TV를 통해 유럽의 프로리그를 빼놓지 않고 시청할 만큼 축구광인 알바로신부는 월드컵이 한창인 다음달 12일 3개월간의 안식년 휴가를 얻어 고국으로 돌아간다.그러나 어찌 그냥 갈 수 있을까.
알바로신부는 고향 사람들에게 멋진 월드컵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 6월5일 수원에서 열리는 프로투갈-미국전 표를 예매하고 월드컵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포르투갈과 한국이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기도하겠습니다”.
한편 주한 포르투갈대사관측은 포르투갈 현지에서 2500여장의 입장권이 판매됐고 인근 마카오에 8만여명의 포르투갈인이 거주해 월드컵 기간중 상당수의 응원단이 입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부천 꼰솔라타 선교 수도회 알바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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