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궁용도변경저지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이재명(李在明) 변호사는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 시장이 모 인사와 대화를 나누는 약 5분 분량의 녹음테이프 2개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 녹음테이프의 입수 경위와 녹취 일자, 장소, 대화상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데다 녹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중간중간 끊겨 논란이 예상된다.
이 테이프에는 "선거 때 사실은 홍 사장(회장)이 직원들한테 휴가를 보내서라도 지원을 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입니다"는 김 시장의 말이 녹취돼 있다.
김 시장은 지난해 10월 24일 기자들과 만나 "홍 회장을 처음 만난 것은 98년 6월 시장 선거가 끝난 뒤 한 커피숍이었고, 그 때 홍 회장은 선거를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해명한 적이 있다.
테이프에는 또 "L골프장에 홍 회장과 같이 간 게 아니고 그날 가서 만났다. 그때 수원, 여기 성남지청 검사님들하고 같이 간 것 같은데 다 젊은 검사님들이었어요"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와 관련, 김 시장은 지난해 10월 홍 회장과의 골프회동설이 제기됐을 때 "98년 7월 취임 뒤 2년간 골프장에 나간 사실이 없으며, 홍 회장과 골프약속도 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었다.
테이프에는 이와 함께 "주말이면 P비서관이 자기(홍회장) 집에 들리기로 했으니까 와서 인사 좀 해라했는데 한번도 인사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나중에 거기 있었던 사람 통해서 다녀갔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혼자 오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동료들하고…"라며 청와대비서관을 지낸 P의원과 홍 회장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홍 회장측은 "P의원이 직원체육대회 때 홍 회장과 아는 청와대 직원의 소개로 홍 회장이 운영하는 골프연습장 사우나를 한 번 이용한 적이 있을 뿐 특별한 친분이 없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또 "당시 지청장께서 저한테 연락이 오기를 시에서 한 것은 이건 옳다고 인정을 한다. 우리도 내사한 결과를 보면 뭐 없다. J검사장님께서도…결국 시민들을 고발했다는 정치적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데 조금 기다렸다 저쪽(시민단체)에서 한 다음에 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고 얘기한 것으로 테이프에 녹음돼 있다. 공대위측은 이를 검찰 간부가 내사 결과를 알려주고 고소사건 대응방법을 조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녹음테이프에는 또 L모부장검사와 동문인 당시 C부시장과의 평소 친분관계, C부시장의 홍 회장 운영 골프연습장 사무실 출입사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김 시장은 이와 관련, "최근에 누군가와 한 얘기를 교묘히 편집한 것"이라며 "24일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