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측 주장대로 홍업씨가 97년 대선 잔여금을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었다면 홍업씨는 대선자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했다는 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 대선 잔여금은 홍업씨가 관리할 것이 아니라 당에 귀속시키거나 국고로 환수했어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97년 대선 때 250억원을 썼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런데도 대선 잔여금이 있었다면 신고 자체가 허위였든지, 아니면 김 대통령은 그 같은 대선 잔여금의 존재를 몰랐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떻든 김 대통령의 도덕성에 관련된 문제가 된다. 또 ‘세풍’ 등으로 이미 논란이 됐던 여야의 97년 대선자금은 다시 논란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피해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여권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문제의 자금이 ‘밝은 세상’을 정리하고 남은 돈이라 하더라도 그 돈의 조달경위는 분명히 밝혀야 한다. ‘밝은 세상’은 홍업씨가 90년대 중반 설립한 선거기획 전문회사로 김 대통령을 위한 선거운동조직이었다. 그런 조직이 정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돈을 관리하고 있었다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홍업씨의 대선 잔여금 의혹이 제기된 배경에는 홍업씨가 관리 중인 돈이 청탁대가가 아닌 정치자금임을 강조해 법망을 피해 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밝은 세상’에서 나왔다는 자금의 성격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김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의혹 자체가 김 대통령 자신의 대선자금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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