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선 후보들 사이의 이번 공방을 계기로 앞으로 6개월여 남은 대선과정에서 통일방안에 관한 논의가 좀 더 깊이있게 공론화되기를 기대한다. 통일의 방법론을 정립하는 일은 다음 대통령에게도 큰 숙제가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같은 논쟁이 나오게 된 뿌리는 6·15 공동선언이 만들어진 과정 자체에 있다.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는 내용의 제2항은 국민적 여론 결집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6·15 공동선언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우리 사회나 정치권에서도 이 용어를 써 본 적이 없었지만 북측도 이전엔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 6·15 공동선언 뒤로도 이 용어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은,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는 물론, 중앙당의 비서급이나 내각의 상급 인사 어느 누구로부터도 나온 일이 없었다. 한마디로 생소하고 내용이 불분명한 용어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제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우리의 연합제 방안에 더욱 가깝게 다가온 것”이라고 한 임성준(任晟準)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설명은 안이하고 자의적인 해석일 뿐이다. 오히려 북측은 그동안 ‘남측이 북측의 연방제에 동의했다’는 식으로 선전했다는 점에서 볼 때 남북은 이 항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통일방안을 둘러싼 대선 후보들 사이의 활발한 논쟁은 이처럼 애매한 부분을 정리할 좋은 기회다. 이를 통해 당장 기대되는 효과는 국민의 불안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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