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콜롬비아 중도 좌파 산소당(黨) 당수 잉그리드 베탄쿠르가 반군 콜롬비아 혁명군(FARC)에게 납치됐다.
그녀는 5월 26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돼 있었다. 석달째 억류돼 있는 그녀를 위해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를 비롯한 여러 시민·인권 단체들이 석방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도 납치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콜롬비아 여성 정치인인 그녀의 반평생 자서전이다. 마약, 마피아, 반군, 부정부패, 내전으로 점철된 콜롬비아에서 교육 장관과 유네스코 대사를 역임한 아버지, 상원의원까지 지낸 어머니 사이에서 특권층 자녀로 태어나 유럽 등지를 오가며 성장한 그녀는 가족과의 안락한 삶을 내던지고 조국 콜롬비아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프랑스의 명문 파리 정치대학(시앙스포)을 졸업하고 프랑스 외교관과 결혼했으나 고통받는 동포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혼까지 감수하고 조국으로 돌아간다.
정부 부처에서 실무를 익힌 그녀는 끝간데 없이 부패가 만연한 현실을 목도하고는 맨주먹으로 정치에 뛰어든다. 젊은 여성 정치인의 참신하고 투명한 정견과 직설적인 발언은 서민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 1994년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98년에는 산소당을 창당하고 전국 최다 득표로 상원의원이 됐다.
그의 의회활동은 대통령의 마약 마피아 선거자금 수뢰를 고발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를 비판하는 등 ‘부패와의 투쟁’ 그 자체였다. 이 때문에 본인과 두 자녀는 암살 테러의 위협을 여러 차례 받아 아이들을 나라 밖으로 피신시키기까지 해야 했다.저자의 한국어판 서문을 받기로 돼있었으나 저자가 납치되는 바람에 이를 싣지 못했다고 한다. 원제 ‘La Rage au Coeur’(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