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파트 분양가 결정 투명하게

  • 입력 2002년 5월 24일 18시 16분


서울의 일부 아파트 분양가가 원가의 2.5배나 된다는 소비자단체의 발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건설회사들이 아파트값과 전세금 폭등을 기회로 분양가격을 턱없이 높여 과도한 이익을 취했다면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비정상적인 행위이다. 아무리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도 서민용 주택 가격에 폭리를 남기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아파트값 폭등의 주된 원인으로 아파트 분양가의 과도한 인상이 지적되었다.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신규 아파트 분양가도 덩달아 오르고 다시 기존 아파트 시세도 상승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거품이 부풀려졌다. 정부는 분양권 전매 제한 같은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분양가를 낮추는 데는 실패했다. 중소형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1000만원을 훨씬 웃도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이번에 아파트 분양가 인상이 건설회사들의 과도한 마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처음 밝혀졌다. 건설회사들은 고급 마감재 사용 등 비용 요인들이 무시됐다고 하나 땅값을 원래 사들인 값의 2배 이상 부풀린 사실이 확인된 이상 건설회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정부는 아파트값 안정을 위해 아파트 건설용 택지를 싼값에 공급해 왔다. 택지개발지구의 경우 토지공사 등 공기업이 토지원가에 적정이윤만을 붙여 추첨식으로 매각하고 있다. 건설회사도 지나친 이익을 취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 공기업이 아파트 용지를 공급하고 있는 마당에 분양가 자율화를 핑계로 분양가 인상을 사실상 방관해 왔던 건설교통부의 무대책도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시로부터 조사 의뢰를 받았던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측은 현재의 분양가를 20% 이상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거품이 잔뜩 끼여 있는 분양가를 내리는 방법이다. 시장원리를 무시하면서 이미 자율화된 분양가제도를 사전심의제로 돌릴 수는 없는 만큼 전문가와 소비자의 검증을 거쳐 분양가를 투명하게 결정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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