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 이런 선입견을 버릴 때가 됐다. 두산의 ‘미남스타’ 홍성흔에 밀려 99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던 진갑용(28)이 올시즌 프로 입단 6년만에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박경완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 때문이다.
진갑용은 예쁘장한 외모와는 달리 강한 어깨를 이용한 빨랫줄같은 2루송구와 포수론 드물게 빠른 발을 자랑하는 21세기형 포수. 신인때인 두산 시절부터 주전 마스크를 썼지만 항상 방망이가 문제였다.
그러나 진갑용은 지난해 처음으로 3할타율(0.306)을 치며 7홈런 57타점의 수준급 성적을 올린 뒤 올해는 23일 현재 타격 각 부문의 상위권에 랭크되며 제2의 야구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타율은 0.301로 15위에 그쳤지만 어느새 11개의 홈런과 32타점을 기록, 이 부문에서 각각 4위에 오르며 슬러거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올시즌 혹독한 타격 슬럼프를 겪고 있는 박경완이 타율 0.172에 8홈런 12타점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하면 하늘과 땅의 차이. 홍성흔이 타율 0.310으로 포수중 가장 높지만 팀 공헌도와 직결되는 홈런(3)과 타점(23)에선 역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진갑용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방망이도 있지만 안정적인 투수리드와 포수수비에서.
5월들어 삼성의 불같은 상승세가 이어진 것은 진갑용의 활약이 가장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시즌초 1경기에 평균 5∼6명의 투수를 기용하던 삼성은 진갑용이 빛을 내기 시작한 5월 이후 2∼3명의 투수로 경기를 막아왔다. 강영식이란 ‘진흙속 진주’를 발견한 것도 진갑용의 노련한 투수리드 덕분.
이와 함께 진갑용은 올시즌 도루 저지율에서도 신기에 가까운 0.457(35번의 시도중 16명을 잡아냄)을 기록, 2위 홍성흔(0.359)과 박경완(0.323)을 크게 앞서고 있다.
바야흐로 진갑용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