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훈련 캠프를 마련한 3개국의 캠프 준비 자세가 ’3국 3색’이다.
울산시와 현대중공업 등 숙소와 훈련장 준비를 맡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준비 과정이 가장 치밀한 나라는 스페인.
스페인축구협회는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한 차례씩 직원을 보내 숙소와 훈련장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스페인에서 건축가를 직접 데리고와 선수단 숙소인 서부구장 클럽하우스의 사우나실, 식당 등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일일이 참견했을 정도. 현대중공업은 스페인측의 요구로 사우나실의 구조를 변경했고 당초 계획됐던 것보다 더 큰 침대를 들여놓기도 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또 스페인 기자들이 대거 동행 취재할 것에 대비해 4억원을 들여 서부구장의 테니스 코트에 임시 프레스센터를 설치했다. 울산시 한 관계자는 ”당초 천막 수준의 간이 시설을 예상했는데 전산시설까지 갖춘 100여석 규모의 프레스센터가 지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스페인 선수단은 스페인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 현대중공업측이 위성 안테나에 연결된 대형 멀티비전을 각층 휴게실에 설치했다.
현대자동차 연수원인 송일관으로 숙소를 정한 터키팀은 사우나실을 설치해 달라며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송일관의 구조상 사우나실을 새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 지어져 터키팀은 사우나를 포기했다.
터키팀의 요청 가운데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각 방에 호텔에 있는 것 같은 비상용 로프를 달아달라는 것. 터키팀은 또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하고 싶다고 요청, 지하에 있던 식당을 5층으로 끌어올렸다. 울산시 관계자는 ”기자들이 별로 오지 않는지 프레스 센터에 대해서는 전혀 의논이 없었다”고 전했다.
26일 입국하는 브라질팀은 캠프에 관해 아무런 요청이나 의견을 제시하지 않아 오히려 조바심이 난 울산시측이 요구 사항이 없는지 먼저 물어봤을 정도. 거리가 멀어서인지 브라질 축구협회 직원이 미리 와서 점검을 한 적도 없다는 것. 현대측 관계자는 ”컨페더레이션컵 때 왔을 때도 별로 까다롭지 않게 무난하게 지냈다”면서 ”한번 와봐서 이 곳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해석했다.
숙소와 관련, 한 번에 400여명이 이용할 수 있는 2층의 크고 작은 연회실을 통째로 선수단 식당으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 정도만 있었다는 것. 현대호텔측은 손해를 감수하고 브라질측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대신 현대호텔은 이번 월드컵 준비를 위해 실내를 개조하는 등 시설을 개선한 덕택에 ’특 1급’ 호텔로 승격되는 ’보상’을 받은 것으로 만족하는 분위기.
울산〓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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