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벌어지고 있는 25일 동대문 야구장. 휘문고와 성남고의 8강전이 시작되자 홈플레이트 뒤 관중석 한쪽에서 갑자기 요란한 응원구호가 터져나왔다.
붉은색으로 영문 ‘W’자가 크게 새겨진 흰 T셔츠를 맞춰입은 한무리의 아저씨들이 야구장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열 대여섯명의 그리 많지 않은 인원. 하지만 외야스탠드에 앉은 관중들까지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쳐다 볼 만큼 이들의 응원은 열광적이었다.
도대체 누굴까? 휘문고 동문이것 같긴 한데….
기자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가까이 다가가 “뭐하는 분들이세요?”라고 물어봤다. 예상대로 “휘문고 동문”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조금 색다른 졸업생들이었다. 35년 전통을 자랑하는 휘문고 야구 동아리 ‘야구사랑’ 멤버들이었던 것.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캐나다, 미국에서 만사 제쳐놓고 달려온 회원만 3명 입니다. 모교가 올해에도 꼭 우승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야구장을 찾았죠.”
‘야구사랑’ 동호회 회장 최승기씨(후지필름 코리아(주) 대표이사)의 말이다. 이날은 1973년 졸업 동기생들만 모여 응원하러 왔다.
‘야구사랑’은 휘문고 졸업생이라면 누구나 가입할수 있는 야구동호회. 현재 회원수는 60여명. 최회장은 “처음 보다 회원수는 많이 줄었지만 열기는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며 많은 동문들의 참여를 부탁했다.
“프로야구보다 더 재미있는 게 고교야구죠. 승패를 예측하기가 힘들거든요. 또 출신 고교가 우승하면 그것 만큼 신나는 일은 없습니다.”
‘야구사랑’선배들의 열광적인 응원덕이었을까. 휘문고는 이날 성남고에 4대1완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박광수 동아닷컴 기자 think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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