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청소년대표출신으로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에서 터키대표팀 연락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시난 오즈투르크씨(29). 첫 만남의 어색함을 덜고자 가벼운 기분으로 터키의 경기장 분위기를 묻자 돌아온 답은 사뭇 단도직입적이다.
“터키에서는 축구를 보며 응원을 하지 않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습니다”.
시난씨가 설명하는 터키의 축구열기는 한국과 천양지차다. 수도 이스탄불에만 프로팀이 22개고 전국적으로는 프로 1,2,3부 리그에 모두 203개팀이 있다. 터키인들이 축구장을 찾는 것은 생활 그 자체인 것은 물론 사람을 사귀는 가장 쉬운 방법도 바로 함께 축구경기를 관전하는 것이라는 것이 시난씨의 설명.
팬들의 응원열기도 대단해 홈팀의 승률이 60%를 넘지 못하면 해당 지역 축구팬들이 얼굴을 들지 못한다. 그만큼 축구팬들이 자신들을 ‘12번째 선수’로 생각하는 축구문화가 확고하게 자리잡았고 홈팀의 기를 살리는 다양한 응원문화가 발달해 있다. 홈팀에도 도움이 안되고 원정팀에도 방해가 안되는 응원을 하고 있는 한국 축구팬들이 새겨들을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터키에서 대표팀 경기가 열리면 본부석 맞은편 그라운드에 응원단장중 총사령관격인 쉬프(우두머리·영어의 chief)가 자리를 잡는다.
또 4개 면의 관중석에도 각각 1명씩의 응원단장이 배치된다. 관중들은 쉬프와 이들 응원단장의 지휘에 따라 거의 1분안에 전 경기장에서 꼭같은 응원을 펼칠 수 있을 만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가장 일반적인 응원은 ‘투르키에(터키어로 터키) 박수 3번’(3번 연속 시행). 또 흰색과 붉은색으로 이뤄진 터키 국기를 상징적으로 표현, 경기장 각 사이드에 앉은 관중들이 ‘크르므즈(붉은색)-베아즈(흰색)-샴피온(챔피언)-투르키에’를 돌아가며 3번씩 외치는 ‘함성의 물결’ 응원도 자주 사용된다.
선수들의 활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할때는 모두 일어선뒤 옆사람과 어깨를 걸고 몸을 양쪽으로 흔들며 ‘라이라이라이∼(10번) 오 투르키에’를 외치고 골을 원할때는 박수없이 목소리로만 ‘투르키에 골골골’로 힘을 보탠다.
골이 터지면 옆에 있는 사람을 서로 꼭 안아주며 기쁨을 나누는 것도 터키만의 독특한 운동장 예법.
월드컵 기간중 터키에서 한국을 찾을 사람은 모두 4000여명. 그러나 터키축구협회는 이들만으로는 경기장 분위기를 주도할 수 없다고 보고 한국 관중들을 자국 응원단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축구협회(2000벌)와 한-터키친선협회(3000벌)에서 제작한 티셔츠를 경기장에서 나눠줄 계획이다.
“우리 응원방법이 너무 쉽죠?. 터키가 8강에 진출하느냐는 한국 친구들의 도움에 달려있습니다”.
터키 하제테페대 물리전기전자공학과 출신으로 97년 서울대 산업공학과에 편입하며 한국에 정착한뒤 한국인을 아내로 맞을 만큼 한국인이 다됐지만 조국 터키사랑도 이에 못지 않은 시난씨의 협박성(?) 부탁이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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