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결렬과 무산 그리고 연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노동부장관을 지냈던 유용태 의원은 협상에 임하고 있는 노사 양측을 싸잡아 ‘바보들’이라고 말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얽매여 전체를 위한 큰 이익을 놓치고 있다는 나름대로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도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더욱 땀흘려 일해야 할 때지 ‘여가생활’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박봉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임금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은 기본 근무시간이 감소함에 따라 시간외수당 등 초과근무에 대한 지출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1인당 GNP는 크게 낮지만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중국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중국은 95년 인민의 일자리 배분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이 제도를 채택했다. 당시 전체 산업 생산의 감소, 임금 하락, 국제 경쟁력 후퇴 등의 우려가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결과는 우려와 달랐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기본 휴일이 늘어 복지가 향상된 데다 잔업을 할 경우 임금이 오히려 늘어나 근로의욕도 증가하고 노동생산성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더구나 국내 소비가 증대되고 소비 및 여가산업의 활황에서 비롯된 산업의 연쇄 순선환 효과가 나타났다.
주5일 근무제는 이제 세계적인 추세다. 노사정이 함께 주5일 근무 협상에 나서고 있는 자체가 이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해외 근무 경험자들 중에는 토, 일요일을 가족이 같이 지내다보니 새롭게 서로를 발견하게 되고 가족 간에 더욱 화목해지더라는 경험을 들려주는 이들도 많다. 무엇보다 전체 국민의 복지 증진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 제도 도입은 불가피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이 제도 도입을 위한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협상 당사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어떠한 비난도 듣지 않으려는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노총과 경총으로 대표되는 노사 양측과 정부는 이미 2000년 10월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기본원칙’에 합의했다. 연간 근로시간을 2000시간 이내로 조정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작 연간 유급휴일 수, 생리휴가의 유무급 여부 등 세부사안에 대한 의견 차이로 최종 합의가 안 되고 있다.
그동안 협상 당사자들 사이에 잠정합의에 도달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노사 대표들의 결단이 필요한 최종합의는 늘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일단 합의를 통해 법적으로 제도의 기본 틀을 만들어 놓고 시행해가면서 추가 협상과 논의를 통해 얼마든지 더 얻어낼 수도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전체를 위해 득이 된다는 것을 협상 대표자들도 잘 알고 있어요” 김상남 대통령복지노동수석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서로가 전부를 얻어내려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전체 근로자들의 복지와 산업계의 미래이익을 도외시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합의 지연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찮다는 것이다. 금융계 대기업과 행정기관 등 능력이 있는 일부 직종에서만 법적 뒷받침 없이 노사협상을 통해 이 제도가 시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경우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깊어질 것이며 노사갈등의 소지가 될 것은 뻔하다.
노사 양측 대표들은 이쯤에서 자신이 가고 있는 방향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자성해봐야 하지 않을까.
정동우 사회2부장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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