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북한산 국립공원에 민주묘역 조성

  • 입력 2002년 5월 28일 18시 31분


▼시민들 찾기 쉬워 좋지만 생태계 훼손 우려▼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서는 민주열사들을 한 곳에 안장할 수 있고, 역사성과 상징성이 높으면서도 국민이 친근하게 민주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장소에 민주묘역을 조성하고자 애를 써왔다. 이런 뜻에서 대중의 안식처로 심신을 맑게 하는 북한산에서 민주열사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꽤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산 민주묘역 설립을 찬성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우선 그 일대의 생태계가 훼손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환경부에서는 묘역이 설립될 부지가 생태계 보전가치가 적은 곳이라 했지만, 그런 막연한 말에 국민의 신뢰가 실릴 수 없으니 정확한 보고서를 발표해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서 묘역이 되기에 적당하다며 추천했던 토지들에 대해 정부는 왜 모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는가에 대한 정확한 해명도 할 필요가 있다. 살아생전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힘겨운 삶을 사셨던 분들이 돌아가신 다음에도 한 칸 편히 누울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을 보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

김영미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주말마다 인파 북적… 한산한 곳 찾았으면▼

민주열사들을 추모하기 위한 묘역 설치에 필요한 마땅한 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금할 수 없다. 암울한 시대에 모두가 침묵만 지키고 숨죽이고 있을 때 분연히 일어나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고 독재와 불의에 항거한 사람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본다.

그런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구나 몇 개 지역이 선정되었는데도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은 이들에 대한 예의와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정부는 주민들의 반발과 항의가 있다고 해서 포기할 것이 아니라 그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산국립공원을 굳이 민주묘역으로 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공원은 서울에 하나밖에 없는 국립공원이다. 또 이곳은 서울시민 누구나 찾는 곳으로 많은 인파가 북적대어 그들의 넋과 정신을 기리기에는 다소 적절치 못한 감이 없지 않다. 따라서 덜 붐비고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곳을 택하는 것이 민주열사들을 위해서나, 추모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나 좋다고 본다.

최명연 부산 연제구 연산6동

▼국립공원을 묘지공원으로 만들 셈인가▼

북한산국립공원은 수도 서울의 허파이고 수도권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며 후대에 물려줄 우리의 고귀한 자산이다. 민주열사 묘역 건립이 대통령 공약 사항이고 민주열사의 정신과 넋을 기리기 위한 사업이라고는 하나 하필이면 북한산국립공원이어야 하는가.

이번에 선정된 민주열사 묘역의 부지 아래쪽에는 이미 4·19국립묘지가 있어서 그 위쪽으로의 묘역 건립 계획은 국민정서로 보나 민주열사들의 민주정신 계승지로서도 부적합하다. 특히 북한산국립공원은 관통터널 공사로 인해 생태계 파괴와 더불어 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되고 있고 각종 위락시설 및 유흥 음식점들이 산 속 깊이 자리하고 있어서 녹지공간으로의 복원이 시급한데도 불구하고 2만7000평 규모의 민주열사 묘역이 들어선다면 국립공원이 아닌 묘지공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렇게 중대한 사업을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국민 모르게 추진했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정부는 북한산국립공원 내 민주열사 묘역 건립계획을 철회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로 국민적 합의를 먼저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김정현 ‘북한산 시민연합’ 대표·서울 도봉구 창2동

▼여론수렴도 없이 정부가 밀어붙여서야▼

정부 당국이 북한산국립공원에 민주화운동 중 숨진 민주열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2만7000평 규모의 민주열사 묘역을 설치키로 비밀리에 결정해 해당 지역 주민은 물론 환경단체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북한산국립공원 내에 민주열사 묘역과 추모공원 조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론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밀실행정’과 같은 밀어붙이기 식으로 결정한 것은 옳지 않은 처사다. 특히 국립공원 내에 민주공원을 조성하려는 계획은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했어야 한다고 본다.

민주공원 조성에 따른 정부 당국의 처리과정은 한마디로 구시대적 행정편의주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라고 해도 해당 지역 주민의 여론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결정한 것은 올바른 행정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 당국은 공청회와 주민 여론조사 등 여론 수렴을 거쳐 신중히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하광산 전남 여수시 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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