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차가 이처럼 활개치는 이유는 업체들의 마케팅 노력도 있지만 가격경쟁력이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현지 무역관은 설명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칠레가 유럽연합(EU)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EU에서 수출하는 자동차는 관세를 물지 않는다. 칠레는 미국과도 올해 안에 FTA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차는 내년에도 6%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칠레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상품은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과 자동차 배터리, PVC 바닥재 등 다양하다. 하지만 칠레와 FTA를 맺지 않은 나라는 올해 7%, 내년 6%의 동일 관세를 적용받는다.
멕시코 티후아나에 있는 삼성전자 현지법인은 지난해 초 브라운관 공장의 일부를 중국으로 옮겼다. ‘보세구역’에 위치해 상당한 혜택을 받아 왔지만 94년 멕시코가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뒤 이런 특혜를 없앤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 무역수지 흑자 93억4100만달러 중 67.3%인 62억8500만달러를 중남미에서 올렸다. 그런데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 EU 등과 잇따라 FTA를 맺으면서 수출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 전비호(全飛虎) 참사관은 “국가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큰 한국에 FTA는 21세기의 필수적인 무역 인프라”라며 “농업부문 등 FTA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중남미 각국과 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중남미에서 시장을 개척하고 공장을 옮겨가며 경쟁력을 키우는 동안 정부는 중남미를 너무 소홀히 취급했다.
이제 국내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FTA 등 기업에 필요한 무역인프라를 깔아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산티아고(칠레)에서>
구자룡기자 경제부 bonho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