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고령화대책 배경]'고령화…저축감소' 성장에 큰짐

  • 입력 2002년 5월 28일 18시 31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8일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제시한 고령화 대책은 국민연금 수급시기 조정 등 개혁적인 과제들을 담고 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민감한 사안이 많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균수명은 늘어나지만〓보고서가 지적한 한국경제의 고령화 추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인 노령화사회에서 14%가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불과 19년이 걸린다.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40∼70년이 걸렸다.

고령화의 진전은 생산가능인구와 취업자 수를 줄여 직접적으로 경제성장을 둔화시킨다. 2002년 현재 생산가능인구 중 50∼64세 인구비중은 18.4%에 머물고 있지만 2020년에는 33%로 늘어나게 된다.

청장년의 저축액이 일반적으로 노년기 저축액보다 많기 때문에 고령인구의 증가는 민간저축의 감소를 초래한다. 성장축의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다.

고령화는 재정수지도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성장률 둔화로 세금은 적게 걷히는 데 반해 국민연금이나 의료비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때문.

KDI는 “고령화 대책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장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외국사례에서 배운다〓뉴질랜드는 1992년부터 10년 사이에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늦췄다. 이 때문에 61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수가 38%에서 59%로 늘어났다. 한국은 98년 국민연금법을 고쳐 수급개시 연령을 5년마다 1세씩 늦추기로 했지만 아직도 조기퇴직이 일상화돼 있다.

90년대 후반 들어 그리스 헝가리 포르투갈 등은 노인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재가(在家)진료를 크게 늘렸다. 미국과 일본은 아예 민간 장기요양보험을 가입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생산성을 갖춘 노령인구를 일터로 끌어들이기 위해 △정년퇴직제 금지 △연령차별 금지 △고령근로자 고용시 보조금 지급 등을 실시한다. 반면 한국은 연령에 따른 퇴직이 당연시돼 있고 외환위기 이후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KDI보고서는 2030년대 들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운용자금을 보유할 국민연금기금의 투자방식을 현재의 채권 위주에서 주식투자와 해외투자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연금자산의 운용을 자본시장을 감독하는 경제부처가 복지부서와 공동으로 맡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주관하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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