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회의원 4명의 사퇴처리가 안 돼 이들이 의원 신분으로 선거전에 나서는 혼란한 상황까지 빚어졌으니 이런 정치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지방선거 후 이로 인한 후유증이 걱정된다.
올 2월 개정된 국회법은 국회의장이 정당을 떠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국회를 운영하라는 취지다. 국회의장을 서로 자기 당 몫이라고 우기는 것은 이런 국회법 정신을 무시하는 것이다. 정치개혁 한다며 국회법을 개정해 놓고 몇 달도 안 돼 비켜가려는 것은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는 것이다.
국회 공백으로 민생현안이 뒷전으로 밀린 것도 문제지만 당장 월드컵 개최국의 이미지에 흠집을 낸 정치현실은 국제적 망신거리이다.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할 입법부 대표가 없는 데다 우리나라에 온 국빈을 맞는 의전에도 차질이 생겼다. 외국 손님을 모셔놓고 우리 정치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아 부끄럽다. 월드컵 대회관리나 축구실력보다 정치가 더 뒤진 느낌이다.
이런 판국에도 두 당의 기 싸움은 끝이 안 보인다. 한나라당은 의장후보까지 선출했고, 민주당은 시한을 넘겨도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어떤 명분을 갖다 붙여도 대통령선거를 앞둔 힘겨루기고, 당리당략(黨利黨略)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월드컵 기간 중 근로자들의 파업자제를 요청해 놓고 정작 의원들은 자당(自黨)이기주의에 빠져 할 일을 팽개쳐 놓고 있으니 할 말을 잃게 된다.
더 이상 원 구성을 늦춰서는 안 된다. 각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의원들이 자유스럽게 적임자를 선출하는 국회의장 자유투표를 당장 실시하라. 그것이 의장의 무당적(無黨籍)정신을 살리는 길이다. 국회는 특정 정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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