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후보는 교수로 있다가 정계에 입문한 이후 누구보다도 줄기차게 정치개혁을 부르짖었으나, 정작 올해 초 정치권에서 정치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 때에는 의외로 소극적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당권-대권 분리와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최초로 공개 제안해 이회창(李會昌) 후보 측으로부터 눈총을 받았고, 후보가 되기 위해 누구한테도 구걸한 적이 없으며 정치개혁 소신을 접은 일도 없다”고 말했으나 주변에선 당시 총재였던 이 후보로부터 지사후보로 낙점받기 위해 침묵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적지 않았다.
▼글 싣는 순서▼ |
- <1>서울시장 |
손 후보는 또 96년 15대 총선 때 안기부 자금 2억원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으로 지난해 초 적잖이 시달렸다. 그는 “당시 당의 지원을 받았지만 억대의 돈을 받은 기억이 없다”며 “그러나 만일 안기부 자금을 받았다면 당도 사과할 것이고 나도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93년 경기 광명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해 여당 대변인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내는 등 YS의 총애를 받았으나,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가 YS의 탈당을 요구한 이후엔 두 사람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98년에 이어 이번에도 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바람에 광명에서는 또다시 국회의원 보선을 해야 한다. 2000년 총선 때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광명시를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변명할 생각은 없다. 광명시민들에게 송구스럽다. 그러나 시민들도 나의 지사 출마를 열광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을 느꼈다.”
-최근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 경기주민의 59.9%가 바람직한 지사감으로 ‘경제를 알고 행정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꼽았다.
“지난번 내가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했을 때 당시 진념 경제부총리도 ‘우리 경제의 현실 진단과 앞으로 가야 할 비전, 전략에 대해 경륜 높은 지적을 해줬다’고 평가했다. 중요한 것은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사고와 추진력이다. 관료는 시대 흐름에 따른 새로운 사고를 못할 수 있다.”
-공약 중 전철 1호선 노후차량 교체나 수도권 정비계획법 폐지 등은 중앙정부와 국회 차원의 일이 아닌가.
“지사에게 주어진 권한만으로 일한다면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도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는 데 발벗고 나서겠다.”
-경기도 교육수준을 서울 강남 8학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는데….
“경기도는 2부제 수업, 컨테이너 수업, 수십년된 교사(校舍) 등 교육여건이 나쁘다. 공교육 수준을 높이지 않고는 이런 현상을 막을 수 없다.”
-주거환경 개선과 저소득층 노령층 장애인 복지체제 구축, 농어촌 관광지 건설 등의 공약을 실천하려면 지금 예산으로는 부족할 텐데….
“예산 부족보다는 무계획적인 개발로 인한 행정수요 증대, 예산의 비효율적 배분이 문제다. 교통유발부담금 등을 경기도로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경기도 남북 분도론에 대한 입장은….
“북부지역에서 분도론이 나오는 것은 상대적 소외감 때문이다. 북부지역은 1인당 총생산이 전국 평균의 66%에 불과하고, 인구 200만명이 넘는데도 대학은 3개뿐이다. 이곳에 물류기지를 건설해 남북교류 전진기지로 만들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면 분도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손학규 후보 신상명세 | |
생년월일 | 1947년 11월 22일 |
현 주소/평수 | 경기 광명시 철산3동 주공아파트 1308동 1105호, 42평형 |
병역 | 병장 만기제대(보병, 군번:61006472) |
재산 | 3억 2728만7000원(2001년 12월31일 현재) |
납세실적 (99∼2001) | 410만4000원(소득세 373만3000원, 재산세 25만2000원, 종합토지세 11만9000원) |
주요 경력 |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박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 인하대·서강대 교수, 민자당·신한국당 대변인, 보건복지부장관, 14·15·16대 의원 |
종교 | 기독교 |
▼민주당 진념 “행정경륜 道政 최적”▼
민주당 진념(陳稔) 경기지사 후보는 출마 전에는 “경제 회복을 위해 온 국민이 발벗고 나섰는데 말만 앞세우는 정치인들이 발목을 잡는다”며 정치인을 비난했다. 그런 그였기에 민주당에서 경기지사 후보로 자신이 거론됐을 때만 해도 “출마할 계획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경기도를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제고의 견인차로 만들어 보라는 한 유권자의 얘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고 결심을 바꾼 이유를 밝혔으나 그보다는 현 정권이 자신을 중용한 데 대한 ‘보은’ 차원에서 마지못해 출마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정권에서 부총리를 포함해 장관을 여섯 번이나 해 ‘장관이 직업’이라는 얘기를 듣던 진 후보에 대해 ‘과거 정권 때는 호남 배려 케이스로, 현 정권에서는 호남 프리미엄으로 장관을 했다’는 일각의 비난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일만 했을 뿐이다. 지금껏 정권 실세라는 사람들을 모르고 지냈다”고 일축했다. 그는 96년 12월 신한국당의 ‘노동법안 날치기 파동’ 때 주무부처인 노동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전에도 선거에 나서라는 권유를 받지 않았나.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임명권자가 나가라고 하면 할 수 없지만 나는 행정을 하고 싶다는 일관된 입장이었다. 지사는 그래도 행정이 70∼80% 차지하는 것 아닌가.”
-공적자금이 잘못 투입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집행한 총책임자였는데….
“참 나쁜 사람들이다. 공적자금이 왜 들어갔나. 죽은 은행을 살리기 위해 돈을 넣은 것이다. 불이 나 급하게 불을 끈 것이다. 진화한 뒤에 보면 왜 가구를 옮기지 않았나, 화단을 망쳤나 이런 얘기 할 수도 있겠지만 불 낸 사람이 누구인가.”
-재산이 26억원이 넘는다고 신고했는데….
“서울 방배동 집과 오피스텔 2개 있는 게 전부이다. 방배동 집은 30여년 전 결혼할 때 처가에서도 좀 보태고 해서 사놓은 땅에다 93년 아파트 판 돈으로 지은 것이다. 관료생활을 깨끗하게 했는지 더럽게 했는지는 주변 사람이 다 안다.”
-병역면제 경위에 대해 상대 측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61년 제1기 ROTC에 지원해 1년 동안 훈련을 받았다. 그때 내 별명이 뭐든지 잘 낀다고 해서 ‘양념 후보생’이었다. 군대 가기 싫었다면 뭣하러 훈련을 받았겠나. 내 입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지만 6·25전쟁 도중 행방불명된 큰 형님 문제로 연좌제에 걸려 장교로 임관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62년 군대에 가려고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고도근시로 병종 판정을 받았다.”
-부총리 시절 하이닉스 반도체 처리 문제로 고심했는데….
“국내외적으로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문제를 정치적 쟁점으로 삼으면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독자 생존이든 외국인 투자유치든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용산미군기지를 경기도로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경기도와 사전 협의 없는 미군기지 이전은 반대한다. 불가피하게 경기도밖에 없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책이 전제돼야 한다.”
-지사가 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교육 환경을 개선하겠다. 더 이상 교육문제 때문에 서울로 이사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진념 후보 신상명세 | |
생년월일 | 1940년 12월2일 |
현 주소/평수 | 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통2동 살구골 성지아파트 713동 903호, 49평형 |
병역 | 제2국민역(건강 악화 및 고도근시) |
재산 | 26억9000만원 |
납세실적 (99∼2001) | 2238만5000원(소득세 1498만9000원, 재산세 444만1000원, 종합토지세 295만5000원) |
주요 경력 | 전주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고등고시 행정과 14회 합격, 한양대 대학원졸(경제학 박사), 동력자원부장관, 미국 스탠퍼드대 교환교수, 노동부장관, 기아그룹회장, 기획예산위원장, 기획예산처장관, 재정경제부장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
종교 | 기독교 |
▼민노당 김준기 "미군기지 없는 道"공약▼
민주노동당 김준기(金準基) 후보는 60년대부터 빈민단체와 농민단체 등에서 활동했고 71년에는 한국가톨릭농민회 창립을 주도해 1, 2대 부의장을 지냈다.
김 후보는 △미군기지 없는 경기도 △노동자 농민 생존권 보장 △삶의 질 개선 △참교육 실현△여성권익 신장 등 ‘7대 정책 50대 공약’을 내걸고 있다.
그는 미군기지 특별법을 제정해 미군기지 사용료 징수 및 사용기간 설정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미군기지 없는 경기도 만들기 버스투어’ 유세를 시작했다.
평택 의정부 동두천 등 미군기지가 있는 도시에서는 미군기지 반대운동을, 다른 시군에서는 미군기지 이전 반대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 서명운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김준기 후보 신상명세 | |
생년월일 | 1938년 9월29일 |
주소 |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2동 7264의1삼전빌라 2층(17평) 전세 |
병역 | 상병 제대 |
재산 | 7억408만원 |
납세(99∼2001) | 41만9000원 |
주요 경력 | 서울대 농학과, 신구전문대 원예과 교수, 민중의 당 공동대표, 사월혁명회 공동의장 |
종교 | 가톨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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